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히말라야의 다람샬라(Dharamshala) 저택에서 추종자들에게 축복을 주고 있다.(사진=로이터)
달라이 라마는 1959년 마우쩌둥의 중국 공산당의 통치에 반대하는 봉기가 실패하자 인도로 망명, 북부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 운동을 이끌어왔다.
티베트 망명 의회는 망명 정부가 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상태이며, 달라이 라마가 설립한 가덴 포드랑 재단의 임원들이 후계자를 찾고 인정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덴 포드랑 재단은 지난 2015년 달라이 라마가 자신의 종교적·영적 유산을 유지하고 계승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으로 측근들이 임원진을 맡고 있다.
현재 달라이 라마는 제14대다. 1935년 7월 6일 티베트 북동부의 한 농부 가정에서 라모 톤둡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후계자로 지목됐고, 다섯 살 때인 1940년 공식 즉위했다.
티베트 정부가 파견한 수색대는 한 고승이 보여준 환상 등 여러 징후를 근거로 그를 찾았다고 달라이 라마 웹사이트는 설명했다. 수색대는 어린 라모가 제13대 달라이 라마의 물건들을 보고 “이건 내 거야, 내 거야”라고 말하며 정확히 알아봤을 때 확신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청나라 시대의 유산으로서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를 승인할 권리가 중국 지도자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청나라 시대인 1793년 시작된 황금 항아리에서 환생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의 이름을 뽑는 의식에 따른 것으로, 후계자는 반드시 중국 영토 내에서 태어나야 하며,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측은 정당한 절차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달라이 라마는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공산당 정권이 환생 제도에 간섭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도 “정치적 목적을 가진 후보, 특히 중국 정부가 제시하는 인물은 받아들이지 말라”고 티베트인들에게 경고했다.
중국은 1989년 티베트 민주화운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달라이 라마를 ‘분리주의자’로 규정하고 그의 사진을 전시하거나 공개적으로 그에 대한 헌신의 표시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국민을 대표할 권리가 전혀 없는 정치적 망명자”라고 주장했다.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 선정을 놓고 인도와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사다. 인도에는 달라이 라마 외에도 약 10만명 이상의 티베트 불교 신자들이 망명 상태로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자유롭게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라이 라마의 존재가 중국과 라이벌 관계인 인도에 외교적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역시 티베트 인권 보호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2024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티베트의 자치권 요구와 관련한 중국과의 분쟁 해결을 압박하는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미국 의회는 중국이 달라이 라마 후계자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