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러시아 지원을 위해 파견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생포된 북한군의 모습. (사진=AFP)
CNN방송은 2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분석을 토대로 “북한이 올해 여름부터 최대 3만명에 달하는 병력을 러시아에 추가로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러시아 군용기가 북한군을 수송하기 위해 개조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극비리에 파견한 1만 1000명 대비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서방 정보당국도 북한군 2만 5000~3만명 추가 투입 가능성을 별도로 확인했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말 국회 정보위에 북한이 해외 파병 인력 선발을 시작했다면서, 이르면 7~8월 중 추가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번 북한군 파병은 러시아의 병력 부족, 장기전 대비, 서방의 군사지원 공백과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 2023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했고, 지난해 6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탄약·미사일, 군수물자를 대량 공급받고, 그 대가로 군사기술·위성·전자전 장비 등 첨단기술을 이전해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지난해 북한으로부터 9백만발 이상의 탄약·미사일을 공급받았다.
최근엔 지난달 17일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당시 양측은 지뢰제거병 1000명, 군사건설인력 5000명 등 총 6000명 파견에 합의했으며, 실제 추가 파견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최근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군용기 개조 등 대규모 병력 이동 준비에 착수했다. 위성사진을 통해 지난 5월 북한 순안공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두나이 군항에서 병력·물자 이동 정황이 포착됐다. 4월에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포스토얄리예 드보리에 있는 러시아·북한군 야전 캠프가 확장된 것도 확인됐다.
북한군은 러시아 국방부의 장비·탄약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 점령지 및 대규모 공세 작전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군은 지난해부터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등 전선에 투입돼 우크라이나군과 직접 교전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북한군은 러시아군과 별도 부대 편성으로 투입됐으나, 최근 러시아군과의 통합·훈련이 강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러시아 관영매체는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시가전·드론 대응 훈련을 받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도 지난 5월 특수부대 시찰에서 “러시아와의 혈맹을 강화하겠다”고 공개 천명하며, 군사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스팀슨센터의 한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니 타운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분명 3만명을 파병할 능력이 되지만 정예 병력은 아닐 것이다. 2만명이 현실적”이라며 “김 위원장이 전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니 러시아가 무엇을 요청하느냐에 따라 (파견 규모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보에도 심각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는 동시에, 러시아의 첨단 무기·전술을 습득할 기회를 얻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