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등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TV를 통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FP)
◇취약계층 의료지원 대폭 축소…근로·자격요건 강화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향후 10년 간 메디케이드 예산을 약 1조달러 삭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1180만명이 건강보험을 잃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메디케이드는 연방·주정부가 공동 재정으로 운영하는 미국 최대 공공의료보험으로, 지난해 기준 8300만명 이상이 가입해 있다. 가입 조건은 대부분의 주(州)에서 1인 기준 연소득 2만 1597달러로, 저소득층 근로자·아동·장애인·노인 등 취약 계층의 필수 의료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은 지난 1일 미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 전날 하원에서도 진통 끝에 가결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캠페인 당시 “메디케이드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최종 법안에는 대규모 삭감이 포함됐다.
메디케이드와 관련된 핵심 내용들을 살펴보면 우선 근로요건이 신설됐다. 2027년 1월부터 19~64세 성인은 월 80시간 이상 근로·교육·봉사활동을 해야 메디케이드 자격이 유지된다. 장애인·아동·14세 미만 자녀 부모 등 일부 예외를 두고 있지만, 서류 미비·행정 착오에 따른 ‘실질적 탈락’이 대거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조지아·아칸소 등 일부 주에서 근로요건이 도입됐을 때 자격이 있는 데도 서류 미비로 보험을 잃는 사례가 속출했다”고 전했다.
자격 재확인 심사도 기존 연 1회에서 2회 이상으로 강화됐다. 여러 주에서 중복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또한 비(非)시민권자·난민·망명자는 메디케이드 자격이 박탈된다. 기존에는 영주권자와 같이 합법적 체류자인 경우 5년 후 가입이 가능했다.
이외에도 주정부가 병원 등 의료기관에 부과하는 세금 한도를 기존 6%에서 2026~2027년 4%, 2028년 이후 3%로 축소했다. 오바마케어(ACA)에 따라 메디케이드 보장 범위를 확대한 주를 대상으로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주정부의 연방 매칭펀드 확보가 어려워지고, 일부 주에선 메디케이드 재정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AFP)
◇농촌·지역 의료기관 직격…“서비스 줄고 폐쇄 위험도”
메디케이드 축소는 단순히 보험 상실에 그치지 않고,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치료 포기, 만성질환 악화, 응급실 과밀화, 의료파산 등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농촌 병원·지역 의료기관은 메디케이드 재정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예산 삭감이 곧바로 의료서비스 축소·병원 폐쇄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법안에 농촌병원 지원기금(500억달러)이 포함됐지만 현장에선 “턱없이 부족하다”는 볼멘 소리가 잇따른다.
정치권과 의료계 반발도 거세다. 초당파 비영리 보건연구단체인 KFF의 지난 4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75%가 메디케이드 대규모 삭감에 반대했다. 공화당 내 중도파 및 일부 주지사들도 “정치적 자살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미국 역사상 부유층에게 가장 유리한 법안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내부적으론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질적 시행은 2027년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지만, 전문가들은 “메디케이드 예산 대규모 삭감은 저소득층·장애인 등 취약 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약화시켜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지역 의료 붕괴 등 미국 의료 안전망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