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중 관계 조명 “‘실용외교’ 기회지만 과제도 있어”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04일, 오전 11:22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 회견에서 한·중 관계를 언급하자 중국 현지에서 ‘실용주의 외교’라며 반색하고 있다. 중국이 오는 9월 열리는 전승절 행사에 이 대통령을 초대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 중국 관영매체는 한·중 관계를 집중 조명하면서 양국이 협력할 기회지만 자주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음을 지목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이 진행된 지난 3일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4일 한국과 중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의 불확실성에서 한국 경제 성장을 지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재명 정부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필수적인 사안”이라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기자 회견에서 중국을 두 차례 언급했다. 우선 모두발언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과 긴밀한 한·미·일 협력, 그리고 조속한 중·러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통해 평화도, 국민의 삶도 지켜가겠다”고 밝혔다.

질의응답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등 외교 일정과 관련해 “한·미 정상회담이든 한·일 회담이든 한·중 회담이든 기회가 되면 많이 만나보려고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중국사회과학원 국가국제전략연구원의 둥샹룽 선임연구원은 GT에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오랫동안 주장한 실용주의 외교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지지율 상승을 통해 한국 국민의 환영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 체제와 달리 이재명 정부에선 크게 위축했던 한·중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엔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이 대통령을 초대할 것이란 소식이 나왔고 대통령실과 중국 외교부 모두 “소통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인정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아예 이날 ‘글로벌 원탁 대화’라는 좌담회 코너를 통해 한·중 외교를 집중 조명했다. 좌담회엔 우수근 한국동아시아연구소장 및 한중글로벌협회장, 장휘지 지린대 동북아연구센터 부주임 교수, 왕쥔셩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 및 글로벌전략연구원 연구원이 참여했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 정책은 이전 정부인 ‘가치 외교’와 달리 ‘실용 외교’로 규정했으며 국가별로 다른 유형의 외교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 것도 미국 일변도 정책에 대한 수정이라고 규정했다.

왕 연구원은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을 균형 있게 유지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 한편 중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석했다.

한국측 인사인 우 소장은 “많은 한국인이 한·중 관계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양국은 우호적인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고 서로 큰 압박을 느끼지 않는 분야에서 냉정한 대화를 통해 협력을 강화해 양자 관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소장은 “전세계 자유무역 환경이 손상되면 한·중 모두 현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경제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고 공동 안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장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는 경제와 민생 문제라며 한·중 경제무역 협력이 직면한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봤다.

장 교수는 “중·한 산업 공급망 협력이 한국 경제 안보에 어떤 의미인지 명확히 해야 하고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조치를 취해 양국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과학기술 산업과 관련해선 “어떻게 상호 보완적인 이점을 실현하고 악성 경쟁을 피할 수 있을지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시험이자 양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목했다.

왕 연구원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는 한·중 관계 개선에 기회를 제공했고 새로운 시대 발전에 끊임없는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면서도 “이재명 정부에게 한·미 관계 등에서 전략적 자주성을 실현하는 것은 체계적인 과제임을 인식해야 하며 안보 위험, 경제적 이익, 외교적 유연성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