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안, 디폴트 피했지만…“장기 재정 악화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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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7월 04일, 오후 02:21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포괄해 묶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3일(현지시간) 미 의회를 최종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연방정부 부채 한도 증액 등을 포함해 국가 부채에 대한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피했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가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심각한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크고 아름다운 법안’ 통과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AFP)
해당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명명한 대로 하나의 법안 안에 감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단계적 폐지, 국경 통제 및 불법이민 단속 예산 확대, 우주 방위를 포함한 국방비 증액 등을 모두 담고 있다. 이중 핵심은 개인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와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 2017년 감세법에 따라 시행돼 올해 말 종료될 예정된 주요 조항을 연장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기간 약속했던 팁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면제하는 것이다.

이에 초당파 성향의 의회예산처(CBO)는 해당 법안이 향후 10년 동안 국가 부채에 3조4000달러를 추가시킬 것으로 추산했다. 세수는 4조5000억달러가 감소하는 한편 지출은 1조2000억달러 감소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는 디폴트 우려는 덜 수 있다. 해당 법안은 미국의 부채 한도를 5조 달러로 높였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 부채는 법정 부채 한도인 36조1000억달러에 가까워져 이르면 오는 8월께 이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해당 법안을 통해 법정 부채 한도를 높여 이런 사태를 벗어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해당 법안이 미국 국채시장과 국가 재정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매크로 전략가 마이크 메데이로스는 “이 법안은 지속적인 재정적자 및 높은 부채 수준,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미 국채의 구조적 우려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부채에 대해 점점 회의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이 매주 발행하는 5000억 달러 규모의 부채에 대한 수요가 더 줄어들면 차입 비용이 상승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블랙록은 “우리는 미국 정부의 부채 상태가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오랫동안 지적해 왔으며, 만약 방치된다면 이는 미국이 금융시장에서 갖는 ‘특별한 지위’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은 공장 건설 비용 전액을 비용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며 장비 구입 및 연구개발(R&D)에 들어간 비용처리를 보다 빠르고 장기적으로 세금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부채 부담이 이 법안이 가진 경기부양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웰링턴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켐페 굿맨은 법안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최대 0.5%포인트 높일 것으로 보면서도 시장이 장기 차입 비용 상승에 너무 안일하다고 평가했다.

F.L. 푸트남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최고시장전략가 엘렌 하이젠은 “이 법안은 기업 이익을 높이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 국채 금리가 더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되어 채권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며칠간 하락세를 멈추고 지난 2일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내셔널 얼라이언스 캐피털 마켓의 국제 채권 책임자 앤드루 브레너는 이를 두고 ‘채권 자경단’의 움직임으로 평가했다. 채권 자경단은 부실한 재정 정책을 처벌하기 위해 정부의 차입 비용을 인위적으로 높이려는 투자자들을 의미한다. 그는 “그들은 더 많은 재정적자 감축을 원한다”며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가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의 거대한 부채 전망이 달러 약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미국 달러는 올해 상반기에 1973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