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감세안 통과에도 '침묵'…中 "10억명 지지, 싸워라"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04일, 오후 03:2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한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미 상원에서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맹비난하며 제3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던 모습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사·폐업·퇴출’ 위협이 먹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선 머스크 CEO를 지지하는 게시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미국 IT전문매체 벤징가는 4일(현지시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머스크 신당 창당’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머스크 CEO를 응원·지지하는 게시물이 넘쳐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사용자는 “머스크 형님,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당신을 지지하고 있다”고 응원했고, 또다른 한 사용자는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다. 트럼프에게 맞서라”라고 부추겼다. 이들 메시지는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머스크가 신당을 창당하면 기술 중심의 정치 혁신이 가능하다” “미국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는 등의 지지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정작 머스크 CEO는 조용하다. 미 하원에서 법안이 최종 가결된 이후, 머스크 CEO는 별도의 공식 코멘트나 엑스(X·옛 트위터)에 추가 게시물을 쓰지 않고 있다. 미 상원에서 감세안 표결이 진행될 때 공화당 의원들과 법안을 맹비난하며 수많은 게시글을 실시간으로 올렸던 것과 대비된다.

당시 머스크 CEO는 감세안에 대해 미국 정부 부채를 5조달러 늘리는 “미친 지출 법안”이라며 “찬성한 모든 의원들이 다음 경선에서 낙선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법안이 통과되면 “다음 날 ‘아메리카 당’(America Party)을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신당 창당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효과를 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CEO의 비난에 “일론은 역사상 그 어떤 사람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미 정부로부터) 받아왔을 것”이라며, 정부효율부(DOGE)에 관련 조사를 지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머스크 CEO가 만든 조직을 통해 그의 회사를 조사하겠다며 조롱하는 동시에, 실제로도 이뤄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보조금이 없다면 일론은 사업을 접고 남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며 “더이상 로켓 발사도, 위성도, 전기차 생산도 없을 것이고, 우리는 큰 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앞서 그는 지난달에도 “(정부) 예산을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 CEO가 사업을 접고 미국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머스크 CEO는 어떠한 게시글도 올리지 않고 있다. 테슬라 이사회 역시 머스크 CEO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테슬라 주주와 기업가치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머스크 CEO가 감세안에 강력 반발하는 이유를 놓고 그의 사업에 불리한 내용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로 법안에는 전기자동차 세액 공제(보조금)를 7년 앞당겨 종료하고, 청정에너지 사업에 제공됐던 각종 세제 혜택을 폐지하거나 과세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