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취소할까”…대규모 지진 예고한 ‘만화’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04일, 오후 05:0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홍콩 관광객들이 일본 여행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오래된 만화책에서 올해 7월 초 대규모 지진을 예고했다는 이유에서다.

‘내가 본 미래’ 완전판.(사진=일본 마이니치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일본 만화가 타츠키 료가 1999년 출간한 ‘내가 본 미래’에서 “2025년 7월 5일 대재앙이 온다”고 예언한 내용이 최근 홍콩 소셜미디어(SNS)와 현지 언론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만화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정확하게 예견했다고 알려지면서 홍콩인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2주 동안 일본 남부 도카라 열도 인근에서 몸으로 느낄 수 있는(진도 1 이상) 크고 작은 지진이 1000회 이상 발생해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해당 내용을 접한 뒤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는 브라이언 리는 “대규모 자연재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보다는 존재한다고 믿는 게 낫다”고 말했다.

만화책에서 대재앙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화산 활동이나 쓰나미라는 해석이 있지만, 대규모 지진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른바 ‘난카이 대지진설’이다.

정부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노무라 료이치 일본 기상청장은 “현재의 과학 지식으로는 지진의 정확한 날짜, 시간, 위치, 규모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말도 안되는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가 아예 없지 않다는 반박도 있다.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올해 1월 공개한 ‘2025년판 대지진 발생 확률 평가’에서 난카이 해구에서 향후 30년 내 80% 확률로 규모 8~9의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난카이 해구는 도쿄-규슈에 이르는 700km 단층대로, 판의 움직임에 따른 에너지 축적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많다.

난카이 대지진설과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홍콩에선 지난 3월부터 일본 여행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가장 최근의 일본 방문객 데이터는 지난 5월 19만 31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1% 감소했다. 홍콩은 일본 4대 관광객 유입국 중 한 곳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항공사들은 홍콩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줄였다. 엔화 강세와 항공편 공급 증가까지 겹쳐 일본행 항공권 가격이 1년 전보다 80% 가까이 하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세이퍼시픽의 저가 항공사인 홍콩 익스프레스는 “단기 영향”이라며 “소문이 가라앉으면 관심이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행사들은 패키지 가격을 낮추며 대응하고 있다. 홍콩 EGL 투어에 따르면 올 여름 일본 전역의 단체 여행 상품 가격이 10~20% 하락했다. 이 회사의 스티브 후엔 전무이사는 “기존에 1만홍콩달러 패키지 가격이 7000~8000홍콩달러로 책정됐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지난 5월 기준 외국인 방문객 수가 370만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21.5% 급증했다. 사상 최고치다. 올해 외국인 방문객 수는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치(3700만명)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