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갈라선 머스크 '아메리카당' 창당하나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05일, 오전 10:46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세계 최고 부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전통적 양당 체제에 도전하는 신당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을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르 최고경영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AFP)


머스크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4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에 신당 창당에 대한 찬반을 묻는 온라인 투표를 올렸다.

머스크는 이 게시글에 “독립기념일은 여러분이 양당(일부에서는 단일당이라고도 하는) 체제에서 독립하고 싶은지 묻기에 완벽한 때!”라며 “우리가 아메리카당을 창당해야 할까?”라고 썼다.

그는 전국적인 후보 공천 대신 상원 2~3석과 하원 8~10석에 집중해 민주·공화가 대립하는 논쟁적인 법안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의회가 극도로 팽팽한 상황에서 소수 의석만 확보해도 국민의 진정한 뜻이 법안에 반영될 수 있다”며, ‘캐스팅 보트’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인디펜던트지는 최근 퀀터스 인사이트(Quantus Insights)의 조사를 인용해 미국 유권자의 약 40%가 머스크가 만든 신당을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 중 상당수가 아메리카당에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나 기존 보수층 분열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랜 기간 굳어진 미국의 양당제 구조 속에서 제3당이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앨런 에이브럼오위츠 에모리대 정치학과 교수는 CNN에 “미국에서 제3당 운동은 깊은 불만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으며, 단순히 부유한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체제 변화를 이루기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머스크는 트럼프 정부의 감세 법안을 맹비난하면서 신당 창당 의지를 밝혔다. 그는 1일 X를 통해 “만약 이 ‘미친’ 지출 법안(One Big Beautiful Bill·OBBBA)이 통과되면, 다음 날 바로 아메리카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 법안이 미국의 재정적자를 크게 늘리고, 친환경 에너지 지원을 축소하는 등 국가 경쟁력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OBBBA는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법률로서 공식 효력을 갖게 됐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담은 포괄적인 법안으로 감세와 이민 단속기관 예산 확대 등이 담겨 있다. 개인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와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 2017년 감세법에 따라 시행돼 올해 말 종료될 예정된 주요 조항을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의 비판에 대해 “그가 화가 난 것은 이해하지만,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며 견제에 나섰다. 트럼프는 머스크가 전기차 세제 혜택 축소가 테슬라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한다며 겨냥하기도 했다.

미국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될 수 있는 머스크의 아메리카당 창당 구상은 내년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