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 샌들에 금이라도 들었나"…인도인들 발끈한 이유는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05일, 오후 04:0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최근 선보인 남성 샌들이 인도의 전통 샌들 ‘콜하푸리 차펄(Kolhapuri Chappal)’을 베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밀라노 S/S 남성 패션위크에서 소개된 프라다 샌들. (사진= 로이터)


BBC 등에 따르면 프라다는 지난달 밀라노 남성 패션위크에서 오픈토(발가락이 드러나는 형태)와 가죽 스트랩이 특징인 신제품 샌들을 공개했는데, 이 디자인이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콜하푸르 지역에서 수백 년간 전해져 온 수제 가죽 샌들과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프라다는 처음 이 샌들을 “가죽 샌들(leather sandals)”이라고만 소개하며 인도 전통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인도 장인들과 정치권, 네티즌들이 “문화적 도용(cultural appropriation)”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콜하푸리 차펄은 그 기원이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도의 전통 수공예품으로, 2019년 인도 정부로부터 지리적 표시(GI) 인증까지 받은 지역 대표 상품이다.

콜하푸리 샌들을 비롯한 다양한 샌들이 인도 현지 신발 가게에 진열돼 있다. (사진= 로이터)


인도의 신발 장인인 사다시브 사나케(58)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프라다의 샌들이 수백 파운드(수십만원에서 100만원대)에 팔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곤 “그 안에는 금이 들어 있나요?”라고 물으며 비웃었다. 그는 “우리의 수백 년 전통이 인정받지 못하고, 글로벌 브랜드가 이름만 바꿔 비싸게 팔려나가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소셜미디어와 인도 언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프라다는 뒤늦게 “이번 컬렉션의 샌들은 인도 마하라슈트라와 카르나타카 등 특정 지역의 전통 수제 샌들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프라다의 사회공헌(CSR) 책임자인 로렌조 베르텔리는 “해당 디자인은 아직 출시 전 단계이며, 앞으로 인도 장인들과의 대화와 협업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인도 내에서는 “공정한 보상과 명확한 출처 표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BBC는 “콜하푸리 샌들은 인도 현지 시장에서 1만 원 남짓에 팔리지만, 프라다의 신제품은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랄릿 간디 마라타 상공회의소(MCCIA) 회장은 향후 소송에 대한 법적 선례를 만들기 위해 콜하푸리 샌들 디자인에 대한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