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어느 퇴근길,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도중 교통 체증으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같은 자리에 한참을 있는데 문자가 한 통 왔다. 타고 있던 택시가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자 승객이 무슨 일 없는지 직접 연락이 온 것이다. “별일 없으면 메시지를 무시하라”는 쿨(?)한 말과 함께.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택시를 하차하고 있다. (사진=AFP)
문자 한 통이 얼마나 큰 힘이 되겠냐마는 흉흉한 소문이 가시질 않은 요즘 안전한 귀갓길을 바라는 노약자들에겐 ‘언제나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며 작은 안도감을 주는 세심한 서비스일 수도 있다.
중국은 다양한 차량 호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네이버지도, 카카오맵처럼 내비게이션 기능을 갖춘 모바일 프로그램도 많다. 다만 제공되는 서비스의 양은 물론 일부 분야에서는 높은 수준의 품질까지 갖춰 놀라곤 한다.
중국의 교통 서비스를 크게 차량 호출과 내비게이션으로 나눠볼 때 일단 차량 호출의 경우 ‘디디추싱’ ‘가오더’가 양대 앱으로 꼽힌다.
신기한 점은 중국의 맛집 주문·예약·검색 플랫폼인 ‘따종디앤핑’ 같은 앱에서도 경로를 선택하면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메신저 ‘웨이신’을 통해서도 택시를 부를 수 있다.
한국으로 치면 ‘캐이테이블’에서 맛집 줄서기를 한 다음에 곧바로 택시를 호출하는 셈이다. 중국 앱 생태계는 앱간 이동이 자유롭다 보니 하나의 앱을 쓰면서도 다른 앱을 호환하는 것이 쉽다.

중국 가오더에서 차량을 호출하는 모습. 왼쪽 사진은 호출 가능한 차량의 목록과 가격이고, 오른쪽 사진은 호출 성공 후 차량이 오는 걸 안내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택시를 부르는 방식은 한국의 카카오 택시와 비슷하다. 다만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이들 앱은 택시뿐 아니라 다양한 공유 차량을 앱으로 호출할 수 있다. 차량 종류는 우선 택시를 비롯해 일반 차량인 콰이처, 중형차량 고급 서비스인 좐처, 주로 대형·수입차로 이뤄진 호화처, 6인승 밴을 부르는 리우좌 등이 있다.
아무래도 택시 외 이용할 차량이 많다 보니 아주 많은 교통량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이나 폭우·폭설이 쏟아지는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베이징에서 차량을 호출하는 건 어렵지 않다. 대형 쇼핑몰인 공항·기차역 같은 곳은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택시를 타는 구역이 지정된 것도 특징이다.
가오더 같은 앱을 쓰다 보면 꽤 높은 정확성에 놀란다. 가오더를 통해 특정 목적지를 가려고 한다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차 이동, 택시, 대중교통, 자전거, 도보, 대리운전 등 다양한 선택지가 뜬다.
베이징 안에서 택시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이동할 때 보면 가오더 같은 앱이 예측한 시간이 꽤 정확하다는 것을 느낀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에서 한번 막히면 도착 시간이 고무줄처럼 바뀌는 서울의 교통 상황이 새삼 떠오른다.

중국 베이징에서 한 택시 기사가 차량 호출 앱인 디디추싱을 이용해 운전하고 있다. (사진=AFP)
재미있는 점은 택시나 버스,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차를 타고 이동할 때 가오더에 표시된 신호등에서 빨간 불이 파란 불로 바뀔 때까지 몇초가 걸리는 지도 표시된다는 것이다. ‘교통 당국과 엄청 원활한 데이터 연계가 이뤄지고 있구나’라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얼마 전 가오더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의 베이징 본사를 방문했다가 설명을 듣게 됐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가오더의 내비게이션 중 신호등 기능을 소개하면서 “일부는 어디에서 교통 정보를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 초 단위까지 예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무인 택시만 보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내비게이션의 세밀한 부분까지 잡아내는 중국의 기술력과 집요함에 새삼 놀라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