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후임 차기 연준 의장, 해싯 NEC 위원장 유력 후보로 부상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18일, 오후 04:54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잇는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오른쪽)과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지난 4월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후 취재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해싯 위원장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최소 두 차례 연준 의장직과 관련해 면담을 가졌다. 그는 애초 의장직에 관심이 없다고 주변에 밝혔지만, 최근에는 제안을 받으면 수락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해싯 의원장은 경제학 박사로 1990년대 연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 8년간 몸담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조율하는 법을 익혀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직한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설립한 사모펀드에서 일했다.

그는 최근 유력 후보로 떠오르며 연준에 대한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그는 과거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도록 상기시키는 게 내 임무”라고 강조했으나 최근 파월 의장이 경제 데이터보다 당파성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며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 무렵인 지난 6월 말 TV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민주당과 손을 잡고 일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파월이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돕기 위해 대통령 선거 직전에 금리를 인하한 사람”이라며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싯 위원의 급부상에 앞서 차기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는 후보자로서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아닌데다, 금리 인하에 비우호적인 인사라는 이미지가 부각된 탓이다. 워시 전 이사는 모건스탠리 출신 금융전문가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정책보좌관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는 그동안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밝혀왔으나 최근 연준의 자산 축소와 병행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여러 차례 연설과 폭스 비지니스 인터뷰에서 연준이 6조2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보유 자산을 줄이기 위해 스콧 베센트 재무 장관과 협력한다면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안에 정통한 인사에 따르면 워시 전 이사는 워싱턴에서 베센트 장관을 만나 연준 의장직과 관련한 논의를 나눴다. 워시 전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하게 여기는 ‘외모’에서 해싯 위원장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는 신뢰 부족과 자유무역 옹호 이력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센트 장관 역시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직접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센트 장관이 재무부 장관과 연준 의장을 겸직하는 방안도 거론했지만,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베센트 장관은 현재 연준 내부 인사인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미셸 보우먼 부의장 등을 의장 후보로 고려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과거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파월 의장을 “어진 이후 항상 발밑만 보는 노인“에 비유하며 비판에 나섰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 연준 이사로서의 임기는 2028년까지다. 일각에선 파월 의장이 의장직 임기를 마친 후 연준 이사로 남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여겨진다.

WSJ는 ”이번 연준 의장 인선 과정은 전형적인 트럼프 스타일“이라며 ”두 명의 야심 찬 인물이 트럼프의 인정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대결 구도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를 연상케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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