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떨어질라"…이시바 정권 "美에 7월 선거 전 방위비 언급 말아달라"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13일, 오후 05:51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일본 정부가 오는 20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미국 측에 “선거 전에는 (양자) 회담에서 방위비 증액을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오키나와현 이토만시의 평화기념공원에서 오키나와전투 80주년을 기념하는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AFP)
아사히신문은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가까운 장래에 우리는 국방력을 크게 강화하기 위한 결정을 확실히 내릴 것”이라며 미 정부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방비 증액을 거듭 천명하고, 이를 통해 미국이 방위비 문제를 거론하지 않도록 신경 써 왔다.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이 표면화되면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3월과 5월에 각각 개최된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일본 방위비 증액 목표와 관련해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6월 초순에도 이달 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미일 외교·국방 장관(2+2) 회의를 염두에 두고 미국 정부 당국자에게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방위비 증액은 언급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 당국자는 세 번 연속 언급을 자제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면서 “방위비에 대해 더 이상 무엇도 말하지 않으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의 정권 내 입장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일본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한 일본의 방위비 증액 목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의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 방위 관련 예산은 GDP 대비 1.8% 수준이며, 일본은 2027년도에 방위비를 GDP의 2%로 올릴 계획이다. 이에 일본은 2+2 회의 일정을 미루자고 제안했고, 참의원 선거 이전에 미국 측이 공식적으로 일본에 방위비 목표 수준을 제시하는 것을 막았다는 설명이다.

이시바 정권은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건 방위비 증액에 반대하기 때문이 아니라고 아사히는 짚었다. 이시바 총리가 ‘일본의 방위비 지출은 일본이 결정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미국의 압력으로 방위비를 늘리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으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총리 관저 간부는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과 관련해 “시간문제”라며 “미국이 세계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일본만 숫자가 언급되지 않도록 계속 설득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이시바 정권은 GDP 대비 2% 이상 증액해 간다는 방향성을 사실상 정했으나 일본이 막대한 방위비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일본은 국가 안보 전략에 근거해 오는 2027년 방위비를 GDP의 2%(약 11조엔)으로 올릴 계획이다. 미국이 일본에 비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GDP의 3.5%는 2024년 명목 GDP를 기준 약 21조 엔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증세와 사회보장 재원 삭감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내다봤다.

아사히는 “총리를 비롯한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이번 선거 기간 동안 중국의 군사 활동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까지 정권이 추진해온 방위력 강화 정책을 큰 목소리로 어필하고 있지만, 그 재원 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하려는 자세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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