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이용하던 나라들, 이젠 고마워해"…'자화자찬' 일색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13일, 오후 05:5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을 이용하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던 나라들이 미국에 고마워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도중 총격으로 오른쪽 귀를 다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호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연단을 내려오면서 성조기를 배경으로 지지자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방송된 인터뷰에서 관세 전쟁과 동맹국에 대한 국방비 지출 증액 요구 등을 성과로 꼽으며 이같이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유세 도중 총격을 받은 사건이 발생한 지 만 1년을 앞두고 며느리인 라라 트펌프가 진행하는 시사 프로그램 인 ‘마이 뷰 위드 라라 트럼프’(My View with Lara Trump)에 출연했다.

◇며느리 진행 인터뷰서 관세·국방비 성과 ‘자화자찬’

그는 관세와 연계해 진행 중인 무역협상과 관련해 “각국이 우리와 거래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나라에 절대 고마워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고마워한다”며 “그들은 무역과 군사 면에서 우리나라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2일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했으나 미국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자 같은 달 9일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고 여러 교역국과 동시다발적으로 무역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다 이달 9일부터 부과할 예정이던 상호관세를 내달 1일부터 발효하는 것으로 연기하면서 지난 7일부터 각국에 새롭게 조정된 상호과세율을 발송하고 있다.

그는 국방비출 증액 요구 역시 성과를 내는 분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문제를 해결했다. 각국이 지금 실질적으로 더 많은 국방비를 내고 있다”고 밝힌 뒤 “그들은 (국내총생산의) 2%도 (국방비로) 쓰지 않았지만 이제 5%를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난달 네덜란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참석한 것을 계기로 나토 회원국들이 2035년까지 국방지출을 GDP의 5% 수준으로 증액키로 합의한 점을 상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성과는 자화자찬 일색이었던 반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은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2021년 집권 1기의 경험이 집권 2기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경험은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나는 재능이 경험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 둘을 다 가진다면 매우 좋은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마린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 AFP)
◇‘버틀러’ 총격 사건 “신이 구원”…국가적 변화 이끌겠다는 의지 ‘확고’

미 언론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중 총격 사건 1년을 맞아 그간의 정치적 행보를 재조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13일 오후 대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유세에서 20세 남성 토머스 매튜 크룩스가 쏜 총탄에 맞아 오른쪽 귀 뒷부분을 다쳤다. 이 공격으로 현장에 있던 사람 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암살 시도 용의자인 크룩스는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붉은 피를 흘린 채 오른쪽 주먹을 들어 보이며 “싸우자”(Fight)라고 외치는 장면은 미국 대선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었다는 평가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강인한 모습을 보이면서 승리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 완주 의사를 접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추대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민주당은 결국 전세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특유의 거침없는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그가 과거보다 더 세심하고 감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자신이 나라를 구하고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할 수 있도록 신이 구원했다고 믿으며 자신의 광범위한 정치적 의제를 달성하는 데 더욱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지난 11일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알다시피, 나는 좋은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로 구원받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많은 빚을 졌다. 그리고 제가 구원받은 이유는 우리나라를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며 국가적 변화를 이끌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AP통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격적인 총격 사건을 기억에서 지우려고 노력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어두운 에피소드 중 하나를 기념하는 기념품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자신이 총에 맞은 순간 주먹을 높이 들고 있는 모습이 찍힌 장면을 묘사한 유화 그림을 백악관 1층 계단 옆에 걸어두고, 같은 장면을 묘사한 청동 조각상은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책상 옆 탁자 위에 놓여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지는 버틀러 총격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운영 방식에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 이후 자신이 “신의 뜻으로 살아남았다”고 믿으며 정부 조직과 사회 전반에 걸쳐 전례 없는 속도로 자신의 정책 과제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지자와 반대자 모두에게 강한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더 위험한 인물이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평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의 탄핵과 국회의사당 폭동, 4건에 달하는 형사 기소 사건, 두 번의 암살 시도 등을 겪고도 거의 아무런 제재 없이 워싱턴에서 행동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선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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