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2일 홍콩 주식시장에서 알리바바의 주가(종가)는 108홍콩달러선으로 3월 고점(148.43홍콩달러) 대비 27% 하락해 마감했다. 이는 중국 기술주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낙폭으로, 그만큼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주가 하락으로 시총은 1000억달러 가량 급감했다.
알리바바의 주가는 올해 초 ‘딥시크 쇼크’ 등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80% 넘게 급등했다. 하지만 배달사업 확장과 관련해 메이퇀, 징둥닷컴과 경쟁이 심화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AI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여력도 쿠폰 전쟁 장기화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알리바바는 배달 자회사를 핵심 사업부로 통합하고, 지난 2월 징둥의 시장 진입 이후 대규모 보조금·쿠폰을 쏟아붓고 있다. 이에 메이퇀은 최근 공격적 대응을 선언하며 알리바바와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징둥 측도 새로운 인센티브 정책을 발표했다. 그 결과 메이퇀, 징둥도 알리바바와 비슷한 폭의 주가 하락을 겪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2분기(6월 기준) 알리바바·메이퇀·징둥 3사가 할인 경쟁에만 40억달러를 소진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투자은행·증권사 최소 4곳이 이달 들어 알리바바의 목표 주가를 평균 8% 하향조정했다. 알리바바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가 5월 초 이후 약 6% 하락하는 등 실적 전망도 악화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알리바바가 내년 6월까지 배달사업에서 410억위안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회계연도 순이익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HSBC도 “배달·즉시쇼핑(인스타쇼핑) 부문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단기 실적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15% 낮췄다.
다만 주가수익비율(PER)이 11배 이하로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여전히 ‘매수’ 의견이 압도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UOB 케이히안의 애널리스트는 “알리바바의 현재 밸류에이션이 충분히 낮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12일 알리바바 주가는 3.5% 반등하기도 했다.
3사의 주가 급락에는 중국 정부가 ‘내부소모’(involution)로 불리는 파괴적 경쟁에 대해 경고한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비야디(BYD) 등 전기자동차 업계의 가격인하 경쟁이 촉발해 나온 경고지만, 배달 업계에서도 정부의 직접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상황이다.
시장 충격이 심해질 경우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 실제 3사의 과열 경쟁으로 배달기사 건강, 배달음식 안전 등 사회적 문제뿐 아니라 업계 전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자, 중국 정부는 “산업 전반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 개입 가능성까지 불거진 만큼, 대다수 투자자들은 할인 경쟁이 끝나고 실적 전망이 안정화할 때까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프랭클린템플턴의 니콜라스 추이 매니저는 “수익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기업은 투자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