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반도체 200% 관세 폭탄?…韓 최악 시나리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17일, 오전 07:0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미간 무역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안에 의약품 및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까지 언급했다. 철강·알루미늄·구리(50%)·자동차(25%)에 이어 한국 경제에 또 다른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너르 트럼프(왼쪽에서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뒤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와 관련해 “아마 이달 말 낮은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제약회사들에게 1년 정도 제조 기반을 마련할 시간을 주고 이후에는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의약품에 대해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던 만큼, 초기엔 철강·알루미늄과 마찬가지로 25%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리처럼 처음부터 50%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반도체 관세 시행 일정에 대해서도 “(의약품과) 비슷하다”며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그리 복잡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관세 역시 내달 초 부과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예고한 의약품 및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재확인한 것이다. 당시 그는 백악관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8월 1일부터 구리에 50% 관세 부과 방침을 공표하며, 의약품과 반도체에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최고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수출 산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와 의약품 모두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주력 품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의약품과 반도체를 각각 40억달러, 107억달러어치 미국에 수출했다. 특히 반도체는 자동차에 이어 대미 수출 2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2월 발언을 토대로 25% 안팎의 관세를 예상했다. 당초 이를 부담하는 게 실익이 크다고 판단했으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고율 관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인상을 제시한 만큼 초기엔 고관세를 피할 수 있겠지만, 향후 200% 관세가 현실화하면 가격 경쟁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즉 대미 수출 자체를 포기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시설을 마련하려고 해도 1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무리 단축해도 2년, 평균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공장 건설 비용도 한국의 3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년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여서 국내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파운드리(위탁생산) 비중이 크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제3국 웨이퍼’가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면 면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재 품목별 관세가 발효 중인 4개 품목은 지난해 한국의 전체 대미 수출에서 37.8%를 차지했다. 여기에 구리·의약품·반도체까지 더하면 47.8%로 비중이 확대한다. 산업연구원은 관세율 200% 적용시 한국 의약품·반도체 대미 수출이 연간 최대 180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품목별 관세율을 대폭 낮추거나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호관세를 낮추는 데 대부분의 협상 카드를 쓰고 있어서다. 한국 역시 미국과 무역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8월 1일부터 품목별 관세와 별도로 상호관세(25%)까지 적용된다.

피치 등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 정부의 의약품·반도체 관세는 한국의 제조 공급망을 교란하고 비용을 높일 것”이라며 “미국 시장을 잃고 유럽연합(EU)·중동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해도 가격 경쟁력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 시장을 유지하려면 원재료 현지화·생산시설 확충 등 전략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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