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스테이블코인법 서명…“달러 기축통화 지위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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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7월 19일, 오전 07:1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연방 법안에 서명했다. 그는 이번 조치를 “글로벌 금융과 암호화폐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굳히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을 실현할 명확하고 단순한 규제 틀을 제공한다”며 “이는 인터넷 이후 금융기술 분야에서 가장 큰 혁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니어스법은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요건을 명시하고, 발행 기업들이 단기 국채 등 안전 자산에 달러와 동일한 가치의 준비금을 보유하도록 의무화했다. 연방 또는 주 규제기관의 감독도 받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법이 발행사에 규제 명확성을 부여하고, 디지털 자산의 혁신과 확산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달러의 글로벌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는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그 지위를 잃는 건 세계대전을 패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금의 사생활성과 유연성, 분산성을 결합한 이 혁명은 미국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고, 수십억 명이 달러로 저축·송금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서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는 회의적으로 접근했던 가상자산 산업에 대해 입장을 전환한 것을 상징한다. 그는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Crypto Week)’로 명명하며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서명식에는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 로빈후드의 블라드 테네프, 제미니 거래소의 윙클보스 형제, 럼블의 크리스 파블로브스키 등 주요 가상자산 업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게 “여러분의 개척 정신과 끈질긴 노력의 성과가 바로 오늘의 서명”이라고 말했다.

FTX 파산 사태 이후 가상자산 신뢰를 회복하려던 업계는 이번 법 제정을 통해 제도권 진입과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이 마련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법안은 하원에서 공화당의 초당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수 성향 의원들이 연준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조항을 요구하며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 이후 해당 조항을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시키는 조건으로 입장을 철회했다.

민주당은 공직자와 그 가족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이 조항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가족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등의 디지털 자산 플랫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이번 법안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번 법 제정은 가상자산업계가 정치 세력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평가된다. 이들은 지난 2024년 대선에서 정치활동위원회(PAC)를 통해 업계 친화적 후보들을 지원했고, 트럼프는 이들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벤처캐피탈 크래프트벤처스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삭스를 백악관 최초의 ‘AI·암호화폐 정책 조정관’으로 임명했으며, 지난 3월에는 비트코인과 기타 디지털 자산의 전략 비축을 명령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또 코인베이스, 로빈후드, 유니스왑, 오픈씨 등에 대한 일부 소송 및 조사를 철회하거나 중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여러분을 많은 문제에서 구해냈다”고 말하며, 업계와의 협력 관계를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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