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참패, 우익 정당 의석 크게 늘려
21일 NHK에 따르면 이번 참의원 선거 개표 집계 결과 총 125석 선출 중 자민당이 39석,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8석을 확보해 집권 여당은 총 47석에 그쳤다.

20일 도쿄 자민당 본분 개표소에서 발언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사진=AFP)
여기에 비개선 의석(이번엔 투표 대상이 아닌 의원, 여당 75석, 야당 48석)을 합치면 여당은 122석, 야당은 126석으로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면서 여소야대 상황이 됐다.
참의원 의원의 임기는 6년이며, 선거는 3년마다 실시해 248석 중 절반을 뽑는다. 이번 선거는 74개 선거구와 50개 비례 의석으로 구성돼 도쿄 지역구 충원까지 포함해 모두 125석을 선출했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도 크게 패했던 여당은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과반을 유지하지 못해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NHK는 “1955년 창당된 이래 자민당이 이끄는 정부가 양원에서 과반 이하 의석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다.
전날 밤 이시바 이시바 총리는 출구 조사 결과를 발표한 NHK에 출연해 “(선거 결과에 따른)어려운 정세를 겸손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국가에 대한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이시바 총리가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 트럼프 관세가 동맹 정치 지형도 바꿔
일본 언론들은 쌀값 급등으로 대표되는 고물가, 정체 상태인 미일 관세 협상, ‘일본 퍼스트’를 강조한 우익 돌풍 등을 여당의 패배 원인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동맹국 내 정치 지형까지 뒤흔든 셈이다. 전 미국 통상 협상가인 데이비드 볼링 유라시아그룹 일본·아시아 통상 담당 이사는 “세계는 바뀌었다”며 “이제 우리는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체제 속에 살고 있고 거기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8월 1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일 무역협상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고 내다봤했다. 이시바 총리의 실각설이 나올만큼 그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약화되면서 미국와 일본이 무역 합의를 하더라도 이를 의회에서 통과시킬 만한 충분한 지지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일본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자동차나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무역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 문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일본 경제의 핵심이며, 일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에 부과한 25% 관세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또한 미국이 4월에 발표한 상호 관세 적용 대상에서 예외 조치나 감면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이시바 총리에게 보낸 ‘관세 서한’은 일본산 수입품에 대해 25%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 당시와 비교하면 관세율이 1%포인트 상향된 것으로, 이는 백악관이 일본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WSJ는 짚었다.
전문가들은 일본 역시 시장 전면 개방 수준의 대가 없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윌리엄 초우 일본 담당 부소장은 “이시바 총리의 실질적인 관세 완화 요구한 전략은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이라며 “그는 분위기를 잘못 읽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