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나에 있는 인텔 본사에 있는 인텔 로고(사진=게티이미지)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 관계자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에 배정된 109억 달러(약 15조 1379억 원) 규모의 반도체법 보조금 일부를 지분으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은 이미 1월 기준 22억 달러를 지급받았으며, 남은 지원금의 집행 방식이 향후 협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현 시가총액 기준 인텔 지분 10%는 약 105억 달러 규모다. 다만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실제 지분 전환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백악관과 상무부는 관련 언급을 피했고, 인텔 역시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의 지분을 일부 인수한다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인텔 주가는 급등했다. 미국 정부가 산업정책 등을 통해 인텔에 발주 물량이 가도록 유도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군이 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인수대금이 추가적인 보조금 지급 등이 아닌 기존 보조금을 활용한 것이라고 한다면 인텔이 예상보다 더 많은 정부 자금을 받는 것은 아니며, 단지 더 빠른 일정으로 집행될 가능성이 있다. 모든 반도체칩 수혜기업과 마찬가지로 인텔 보조금은 특정 프로젝트의 마일스톤 달성 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급될 예정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이 인텔의 사업을 실질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인텔은 매출 정체와 지속적인 손실에 시달리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 내 기술적 우위를 되찾기 위한 노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새로 취임한 립부탄 최고경영자(CEO)는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 중심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한때 긍정적으로 해석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인텔 지분 인수 소식은 이날은 반대로 작용하면서 인텔 주가가 전날 대비 3.66% 하락했다.
업계에선 미국 정부가 전략산업에 대한 개입 수위를 높이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미국 철강업체 US스틸 매각 과정에서 ‘황금 지분(golden share)’을 확보했고, 국방부는 희귀 금속 업체 MP 머티리얼스에 4억 달러 규모의 우선주를 매입해 최대 주주가 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엔비디아와 AMD 등에 중국향 반도체 수출을 허용하면서 매출의 15%를 가져가는 계약을 체결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법에 지급되는 보조금 중 일부를 다른 기업에 대해서도 지분 투자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에도 불똥이 튈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370억 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건설하기로 한 가운데 상무부에서 최대 47억 4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약속받았다. 또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 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AI) 패키징 공장과 R&D 센터 등을 건설할 예정인 가운데 최대 4억 58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다만 경영난으로 미국 내 공장 설립이 지연되고 있는 인텔과 달리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이미 공장 설립이 완료됐거나 착실히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역시 “이같은 아이디어가 행정부 내에서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는지, 다른 기업들과 접촉해 실제로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반도체법의 직접 지원금 중 85% 이상은 구속력 있는 계약 형태로 집행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