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헝가리로 향하는 러시아산 원유 차단했나

해외

이데일리,

2025년 8월 19일, 오전 07:57

헝가리 MOL사의 두나(Duna) 정유소에 위치한 두르즈바 송유관 수신 시설.(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지도자들과 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평화협정을 수용하도록 압박할 예정인 가운데, 러시아산 원유를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로 운송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의 가동이 18일(현지시간) 중단됐다. 헝가리 정부는 송유관 중단이 우크라이나의 공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번 공격은 헝가리의 에너지 안보를 겨냥한 충격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러시아 측과의 통화 내용을 인용해 송유관의 변전소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그는 파벨 소로킨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과 통화했다며, 전문가들이 복구 작업 중이지만 정확한 공급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공격의 시간과 장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슬로바키아의 송유관 운영사인 트란스페트롤도 이날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원유 수송이 중단됐다고 확인했다. 다만 “중단 사유는 슬로바키아 영토 외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구체적인 이유는 알지 못한다”며 “슬로바키아 영토 내에서는 계획한 대로 송유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안드리이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부 차관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헝가리는 이제 키이우가 아니라 모스크바에 항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비아 차관은 “전쟁을 시작하고 끝내기를 거부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러시아”라며 “모스크바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는 사실은 수년 전부터 알려졌지만, 헝가리는 러시아 의존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비판했다.

드루즈바 송유관은 옛 소련 시절 건설된 시설로 러시아에서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를 거쳐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으로 이어진다. 유럽연합(EU) 대부분 회원국들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것과 달리, 헝가리는 여전히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해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헝가리에 공급한 원유는 478만톤(t·하루 9만 5000만배럴)이다.

러시아 송유관 운영사 트란스네프트와 러시아 에너지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헝가리 석유회사 MOL은 기술 복구가 완료되는 대로 공급이 재개될 것이라며, “지역 내 에너지 공급 안정성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의 전쟁 자금 원친 에너지 기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의 원유 펌핑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드루즈바 송유관 역시 지난 3월 우크라이나의 측량소 공격으로 짧은 시간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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