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가자시티 알투파(Al-Tuffah)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소년들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잔해 위를 가방을 들고 걷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은 2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사진=AFP)
이번 제안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에서 일부 병력을 재배치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필요한 규모의 인도적 지원 물자를 반입하는 조건도 포함돼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안은 과거 이스라엘이 수용했던 휴전안과 유사하며,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경로 마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집트와 카타르의 중재 아래 제안된 방안을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단체들이 수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 이스라엘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제안을 전달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실은 “가자시티 작전 및 임무 완수에 대해 국방장관, 군 수뇌부와 논의했다”고만 밝혔을 뿐, 휴전안에 대한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언론 보도만 봐도 하마스가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과거에도 생존한 인질의 절반을 석방받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과 임시 휴전을 수용한 바 있으며, 이후 포괄적 합의를 통해 나머지 인질을 석방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주 i24뉴스 히브리어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인질 일부만을 교환하는 거래는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였던 스티브 위트코프 역시 최근 인질 가족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모든 인질을 동시에 석방하는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방식으로 협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현재 생존 중인 인질은 약 20명, 사망한 인질의 시신은 30구로 추정되며 모두 가자지구 내에 남아 있다.
하마스는 전쟁이 종료된다면 인질 전원 석방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무장 해제 및 지도부 퇴출이라는 이스라엘 측 조건은 여전히 수용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에 정통한 두 명의 이스라엘 관계자들은 “하마스가 7월 협상 당시와 비교해 대부분의 쟁점에서 유연해졌다”고 평가하며 실질적인 입장 변화를 인정했다.
이스라엘은 이달 초 가자시티 장악 계획을 승인했으나 작전 개시까지 수 주가 소요될 수 있다며 휴전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작전이 곧 개시될 것이며 하마스의 패배로 전쟁을 끝내겠다”고 밝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지상군 진입이 현실화될 경우, 가자지구 주민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가자 보건부는 전쟁 발발 이후 전투원과 민간인을 포함해 지금까지 6만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반입되는 구호물자 진입을 통제하면서 기아 등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전쟁이 게릴라전 양상으로 흐르며 장기전이 되고, 인질들이 더욱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하마스를 궤멸시켜야만 인질이 돌아올 수 있다”며 “빠르게 행동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