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이혼을 하지 않고 부부가 각자 생활하는 ‘졸혼’을 택한 한 일본 남성이 매일 라면을 먹는 생활을 한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제조업 관리직으로 일하다가 은퇴한 60대 남성 테츠 야마다씨 사연을 소개했다. 야마다는 아내인 케이코와 아들 둘을 슬하게 두고 도쿄에서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은퇴 후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은퇴 자금으로 5000만엔(한화 약 4억 7000만원)의 거금이 생겼고, 추가적으로 저축도 해왔기에 노후 자금이 충분했던 것이다. 이에 야마다는 아내에게 “시골 고향으로 이사하자”고 제안했다. 야마다의 부모님이 살던 집이 시골에 있는데, 검소하고 소소하게 전원 생활을 하자고 한 것이다.

그러나 아내인 케이코는 도쿄 출신으로 이사를 가고 싶지 않아했고 오히려 ‘졸혼’을 제안했다고 한다. 졸혼은 일본에서 처음 생긴 개념으로 지난 2004년 일본 여성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결혼 상태를 유지하지만 독립과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따로 생활하는 ‘졸혼’을 제안하며 퍼졌다.

야마다는 이혼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졸혼에 동의했다. 그는 “마침내 남자들이 갈망하던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되었구나”라고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아내가 없자 요리, 청소 등 집안일이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야마다는 기본적인 집안일도 하지 못했고 매일 라면과 냉동 야채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반면 아내인 케이코는 핸드메이드 가게를 열고 도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아들들 역시 야마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야마다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한다”며 “가족이 더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사연이 전해지자 현지 누리꾼들은 “삶의 기술 없이 가족을 떠나는 건 재앙”이라는 비판과 함께 “아내는 이제 남편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취미에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좋을 것”이라는 반응이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