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닛케이에 “일본 정부는 수년간 동아시아 안보환경이 극적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매우 우려한다는 발언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그런데도 일본은 (미국에 대한) 후방지원에 한정하는 헌법상 제약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상당히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의 방위비는 과거와 비교하면 분명히 개선됐지만 성장하는 중국 등 안보 환경을 고려하면 여전히 한참 부족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헌법 개정까지 단행해 국방비 증액 근거를 확보한 독일 사례를 언급하며 “진정으로 안보를 생각한다면 헌법도 시대에 맞춰 변화시킬 수 있으며,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이 변명만 늘어놓으면서 실질적인 안보 기여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닛케이는 “이례적으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 국방부는 나토·한국·호주·독일 등 주요 동맹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규모의 방위비를 요구하며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나토의 경우 이미 직접 국방비로 GDP의 3.5%를, 간접 안보비용으로 1.5%를 각각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일본은 헌법 9조에 근거해 2027년까지 방위비 목표를 GDP의 2%로 설정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6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아시아 동맹국들도 나토의 새로운 목표를 기준으로 국방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7일에도 킹슬리 윌슨 미 국방부 대변인은 “유럽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많은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늘리고 있는 것을 보고 매우 용기를 얻고 있다”며 에둘러 군비증강을 압박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된 방위비 증액 압박은 중국의 군사력 팽창과 인도·태평양 군사 균형이 중국 중심으로 급속히 이동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닛케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 리스크가 상존하는 현 시점에서 미국 단독으론 더 이상 동아시아 억지력·균형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메시지”라고 부연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과는 새로운 정권(과의 협상)을 통해 (국방비 증액이) 진전될 전망”이라며 군비증강에 소극적인 곳은 일본뿐임을 시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방위비 증액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에 자국 방위, 나아가 집단적 방위의 역할을 스스로 책임지라는 요구는 일시적 요구가 아니라 시대적 기준”이라며 “한국 등 다른 나라와 똑같이 일본을 대하고 있으며, (각국을 대우하는) 새로운 원칙이 정착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판단은 “일본 측의 주장에도 어느 정도 귀를 기울인 결과”라며 “우리는 이 상황을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제(안보 위기)는 곧 닥칠 현실이며, 더 이상 수평선 건너편의 먼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