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의 피에르 엘리엇 트뤼도 공항에서 승객들이 에어캐나다 항공편 잇따른 취소 소식을 확인하고 있다.(사진=AFP)
◇노조위원장 “감옥가라면 가겠다”…파업 지속 의사
캐나다 산업관계위원회(CIRB)는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노조 측에 업무 복귀를 명령했지만 에어캐나다 노조 1만명이 속한 전국공공노조(CUPE)는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마크 핸콕 CUPE 위원장은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복귀명령을 따른다면 우리 존재 의미가 없다”며 “나 같은 사람이 감옥에 가야 한다면 가겠다. 벌금을 내야 한다면 내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CRIB가 정한 복귀 시한이 만료된 이후에도 공식적으로 파업을 종료하지 않았다.
에어캐나다 측은 1년 차 시급을 8% 인상하고, 지상 업무에 대한 추가(4~8%) 보상체계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이 안이 2027년까지 수석 승무원의 평균 연봉을 약 8만7000캐나다달러(약 8754만원)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건강보험과 연금 혜택도 대폭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CUPE는 해당 제안이 4년에 걸쳐 실질 임금 인상률이 17.2%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 현실화와 항공기 출발 전 승객 탑승 관리, 안전 점검 등 지상 업무에 대해서도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 아메리칸 항공, 알래스카 항공 등은 유급 지상 업무를 법제화한 새 협약을 체결했다.
마이크 루소 에어캐나다 최고경영자(CEO)는 “노조의 요구는 40%를 훨씬 더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그 격차를 좁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아직 명확한 해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사간 대립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캐나다 정부 역시 마땅한 해결방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캐나다 정부는 CIRB의 복귀 명령을 법원에 위임해 강제 집행하는 방안, 혹은 긴급 청문 절차를 통해 사태 해결을 모색할 수 있다. 국회는 오는 9월 15일까지 휴회 중이지만, 여야 협조가 있다면 특별입법을 통한 강제 조치도 가능하다. 하지만 캐나다 대법원이 “정부는 파업권 제한 시 신중해야 한다”는 판례를 내놓은 바 있어, 지나친 개입은 정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온 폴러 코넬대 교수는 “공공부문이라 하더라도 파업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며 “정부는 쉽게 강경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노조의 무급 노동 주장에 공감하며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패티 하이두 고용부 장관은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문제”라며 “무급 노동 실태를 전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숙박·교통비 폭등…“환불보다 비싼 대체 수단”
당장의 문제는 발이 묶인 고객들이다. 에어캐나다는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파업으로 총 50만명, 하루 평균 13만명의 승객이 항공편 취소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캐나다 법에 따라 에어캐나다는 항공편이 취소될 경우 승객에게 타 항공사로 대체 예약을 하거나, 환불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에어캐나다 고객센터는 제대로 연락이 닿지 않고, 성수기인 여름철의 특성상 다른 항공사의 좌석 확보가 어려워 실질적 대체가 쉽지 않다. 승객이 고객센터 연결을 포기하고 직접 다른 표를 예매할 경우, 그 비용은 승객이 자체 부담해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승객은 환불을 포기하고 며칠이 걸리더라도 에어캐나다의 대체편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추가 숙박 등 체류 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은 모두 승객의 몫이라는 것이다. 현재 캐나다를 여행 중인 한 한국인 이모씨는 “공항 근처 숙박비가 2배 넘게 올랐다”며 “200달러 하던 숙박비가 400달러로 오른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캐나다 토론토를 여행 중이던 조앤 마주라트-올레스키 씨는 원래 17일 위니펙에 돌아가는 2시간 반짜리 항공편을 예약했지만, 16일 저녁 이메일을 통해 항공편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몇 시간 후에는 재예약이 불가능하다는 추가 이메일까지 받았다. 그녀는 “우리를 그냥 공중에 붕 뜬 상태로 놔뒀다”며 “환불 요청 외에는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기차 이용이나 21시간 이상 걸리는 2100km 거리의 렌터카 운전까지 고려했지만, 비용이 원래 항공권보다 더 높았다. 그는 일요일 직접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방문했지만, 재예약은 불가능했다. 그는 일요일 공항에서 겪은 좌절감을 담아 틱톡 영상을 올렸고, 다른 사용자가 알려준 고객센터 번호를 통해 에어캐나다와 연결됐다. 그는 결국 19일 아침 출발하는 웨스트젯 항공 항공편을 재예약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머무르던 앤젤라 파살라쿠아 씨 가족 역시 16일 귀국편이 취소되면서 현재 발이 묶인 상태다. 가족 중 2명은 1인당 1700달러(236만원) 어치 유나이티드 항공편도 항공권을 직접 구매했다. 나머지 가족들은 며칠을 더 머물며 대체편을 기다리기로 했지만 추가 숙박과 렌터카 연장 비용은 고객 본인 부담이다.
뉴욕시 공립학교 교사인 파살라쿠아 씨는 “1년 동안 이 여행을 위해 돈을 모았다”며 “이곳은 아름답지만 이제는 집에 가고 싶다. 환불만이라도 제대로 받고 싶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