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브라마니안 팀의 분석에 따르면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상위 50개 종목은 지난 2015년 이후 벤치마크 지수와 비교해 73%포인트(p)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1990년대 말 닷컴버블 직전과 유사한 흐름으로, 당시 초대형주의 강세가 이어지다 버블 붕괴 이후 중소형주와 가치주로 무게 중심이 이뤄지며 2000년대 초반 소형주가 우위를 차지했다.
수브라마니안 책임자는 현재 시장에도 유사한 흐름의 전환이 다가오고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시장 사이클을 회복기, 중기, 후기, 침체기 등 4단계로 구분하고, 현재 미 증시가 침체기에서 회복기로 전환되는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수브라마니안은 “연준의 완화 정책은 그간 대형 기술주가 시장을 주도하기보다는 뒤처지는 모습과 함께 나타났다”며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되면 S&P 500 지수가 방어주나 성장주 중심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지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금까지는 빅테크 중심의 장세가 시장의 주된 흐름이었다면, 앞으로는 물가 상승이 다양한 업종에 기회를 줄 수 있는 만큼 투자 초점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필수소비재와 같은 방어주는 안정적으로 버티고, 경기 민감 업종인 은행과 원자재, 에너지, 산업재 등은 가격 전가 능력을 통해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이클에서 특히 주목받은 건 ‘매그니피센트 7’이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발로 4월 이후 주가 두 배 가까이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애플·아마존·알파벳·메타·팔란티어 등도 AI 및 클라우드 성장 스토리로 미 증시를 견인했다. 이에 상위 20개 대형주의 평균 상승률은 40.6%로, 같은 기간 S&P500 상승률 27.9%를 크게 앞섰다. 이는 지수 상승의 대부분이 소수 종목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꼈다. 러셀2000 중소형주 지수가 8월에만 6% 상승하며 S&P500(3.5%)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투자자 자금이 서서히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옮겨가는 조짐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선 AI 테마가 여전히 강력하지만, 과도한 집중은 장기적으로 부담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시 회복기로 전환은 전통 산업, 경기민감주, 내수 관련주에 유리한 만큼 중소형주로 투자심리가 옮겨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에 따라 자금 흐름이 급격히 바뀌고, 증시도 초대형주 중심에서 중소형주로 주도권이 넘어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균형 잡힌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