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전당포서 개학 준비”…美소비자들, 금 팔아 노트북 산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8월 19일, 오후 02:5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에서 신학기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학용품이나 문구용품·전자제품 등을 서둘러 구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세 때문에 앞으로 제품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이미 소비자가격에 반영된 경우도 적지 않아 전당포(중고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AFP)


18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아메리칸 주얼리 앤드 론’(American Jewelry and Loan) 전당포 체인을 운영하는 레스 골드는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학용품을 사러 오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엄청난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걸 소비자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전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더 나은 거래를 찾는다. 돈은 없지만 아이들에게는 노트북을 사주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운샵(Pawn shop)으로 불리는 미국의 전당포는 한국과 달리 일반 상점처럼 운영된다. 또한 운동화, 노트북, 악기, 대학 기숙사용 미니냉장고까지 다양한 신학기 용품을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처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보다 가격이 30~50% 저렴하다는 게 장점이다.

전당포를 찾는 발길이 늘어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이후 최근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부 주요 신학기 용품들은 관세 때문에 이미 가격이 급등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류와 신발은 대부분이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수입되는데, 이들 국가 모두에 30% 이상의 관세가 부과됐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신발 가격은 전월대비 1.4%, 의류 가격은 0.1% 각각 상승했다.

미 소비자들은 무분별한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고, 소모품인 데다 오래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 학용품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절약 대상에 포함됐다. 전미소매협회(NRF)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가정들은 이번 개학 시즌 관련 지출을 1년 전보다 약 2% 줄일 계획이다. 또한 중고품은 관세가 면제된다.

전국 500개 전당포 체인을 두고 있는 EZ폰은 98%가 중고품이다. 이 회사의 지난 분기 매출은 4% 증가했으며, 특히 신발, 부츠, 노트북, 전자제품 등 신학기 상품의 매출이 눈에 띠게 늘었다. EZ폰은 “전당포에선 새 상품보다 최대 50%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고 짚었다.

휴스턴 지역에서 EZ폰 매장 88곳을 감독하는 레니타 파커 이사는 “소비자들은 전당포가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가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어 더 많은 고객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엔 전당포를 통해 금(金)을 거래하는 고객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돈이 필요해진 미 소비자들이 사용하지 않고 서랍 속에만 넣어두던 각종 금 장신구를 팔러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금 가격은 올해 1월 이후 약 27% 상승해 현재 온스당 34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USA폰의 매니징 파트너인 닉 풀턴은 “우리가 금 가격을 사람들에게 해주면 다들 깜짝 놀란다. 얼마나 올랐는지 깨닫지 못하는 게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CNN은 “전당포의 호황은 경제적 경고 신호일 수 있다”며 “전당포가 바빠질수록 미국인들의 (경제) 상황은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실제 전미전당포협회(NPA)는 전당포 이용객들은 대부분이 전통적인 신용 대출을 이용할 수 없으며, 이용할 수 있더라도 빚을 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 전체 가계의 신용카드 부채는 1조 2000억달러로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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