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式 우크라이나 해법, 평화 정착 가능할까

해외

이데일리,

2025년 8월 19일, 오후 07:03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안보 보장 조율’과 ‘푸틴-젤렌스키 정상회담 주선’이라는 해법을 내놨지만,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직접 안보를 보장하는 대신 유럽 국가들이 중심이 되고, 미국은 조율자 역할에 머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미국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자신을 국제적 중재자로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및 다른 유럽 지도자들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평화 협정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 “안보 많은 지원 있을 것” 밝혔지만…불투명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에서 러시아와의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미국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진 유럽 정상들과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한 정상회의에서 “안보와 관련해 많은 지원이 있을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이 최전선에 있지만, 미국도 함께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던 당시와 달리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 앞에서 직접 맞이하며 검은 양복 차림을 칭찬했고,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국민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감사하다”고 응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등을 두드리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화 합의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회담 직전 러시아 외무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의 평화 합의 참여 가능성을 일축하며 변수로 작용했다.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휴전이 전제되지 않으면 대화가 진행돼선 안 된다고 촉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입장을 바꿔 “휴전 없이도 평화 합의 논의가 가능하다”는 모스크바 입장을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선 모호한 약속에 그치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안보 보장에 미국이 참여하겠다는 말은 획기적인 진전”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관여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변덕스러운 대외정책 이력, 특히 우크라이나 및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한 잦은 입장 변경을 해왔던 만큼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안보가 적절하게 제공될지는 미지수라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보 보장 논의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유럽을 통해 9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무기를 구매하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산 드론을 매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전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 대니얼 프리드는 “젤렌스키가 단순한 언급으로 만족할 리 없다”며 유럽 국가들이 미래의 공격에 대비해 우크라이나 내 군사 자산을 배치하고, 미국이 인접국에서 방어 자산으로 뒷받침하는 구조라면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동관 회의실에서 유럽 지도자들과의 회의 중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청하는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러, 돈바스 지역 넘겨라…젤렌스키 “현재 많이 점령된 건 아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어느 수준에서 영토를 양도할지도 변수다. 러시아는 평화협정의 전제로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많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에서 철수하면 헤르손·자포리자 등에선 현재 전선 기준으로 공격을 멈추겠다는 게 푸틴 제안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로선 교통의 요지인 도네츠크를 뺏길 경우 러시아에 직통 침공로를 내주는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백악관 집무실에 전시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보며 트럼프 대통령과 오랫동안 논의했다”며 결국 영토 문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직접 합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도 비율에 대해 논쟁을 벌인 것을 언급하며 “나는 그 (지도) 비율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가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많이 (러시아에) 점령됐다고 단언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