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對글로벌사우스 수출 연 1.6조달러…10년새 2배 껑충

해외

이데일리,

2025년 8월 19일, 오후 04:0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무역장벽 강화로 중국의 대(對)글로벌 사우스 수출·투자가 급증했다. 중국의 대미 의존도가 줄어들고, 미국·유럽에 치중됐던 공급망이 거대 신흥시장으로 분산되면서 세계 무역 질서 재편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 주요 수출항 중 한 곳인 장쑤성 난징항의 모습. (사진=AFP)


1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수출액이 2015년 대비 2배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1조 6000억달러 규모로, 미국과 서유럽 합계(1조달러)보다 50% 이상 많은 금액이다.

글로벌 사우스는 동남아시아, 인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동, 오세아니아 일부 등 과거 개발도상국으로 불리던 신흥시장을 아우르는 용어다.

최근 5년 동안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중국의 수출액은 65% 증가했다. 이는 이전 5년과 비교해 무려 3배나 빠른 속도다. 미국과 서유럽으로의 수출이 지난 10년 동안 각각 28%, 58%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가파른 성장세다.

S&P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발발한 미중 무역전쟁 이후 성장률이 눈에 띠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첫 무역전쟁 때와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발빠르게 수출·거래처 다변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1기 시절 구축한 공급망이 더욱 강화되기도 했다.

동남아 4대 교역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에는 첫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2018년 이후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들 4개국에 대한 투자액은 연평균 투자액은 88억달러를 기록, 지난 10년 간 4배 급증했다.

S&P는 “미 정부의 관세 불확실성과 중국 경제 성장 둔화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사우스로 향할 동기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사우스 중심의 새로운 무역질서 재편에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사우스 진출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는 인도네시아의 ‘전기자동차-니켈-배터리’ 산업이 꼽혔다. 중국발 자본이 니켈광산 및 전기차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지 공급망이 고도화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중국 전기차가 동남아·남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중국산 전기차 매출은 지난 3년 동안 말레이시아에서 13배,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에서 2배, 인도·베트남에서 50% 이상 급증했다.

최근엔 엔지니어링·건설·기계·장비·소비재·서비스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사우스 진출이 확대하는 추세다.

S&P는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수도 있지만, 중국 기업들의 다각화·시장개척 추진에 지속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은 미국에서 벗어나 판매를 다각화하고 국내보다 성장 전망이 더 높은 다른 시장으로 확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덜 발달된 현지 법률 시스템, 낯선 사업 파트너, 지나치게 낮은 상품 가격에 대한 현지 우려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덤핑 규제·상계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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