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인텔 일병’ 구하기…파운드리판 흔드나

해외

이데일리,

2025년 8월 19일, 오후 04:05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유일의 반도체 제조 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면서 TSMC가 주도하고 삼성전자가 추격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인텔의 최대주주가 된 미 정부가 국내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국 팹리스 기업들의 수요를 인텔에 몰아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 관계자 등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 보조금 일부 또는 전부를 활용해 인텔 지분 10%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인텔에 배정한 108억6000만 달러의 칩스법 보조금을 인텔의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인텔의 시가총액은 1075억 달러로, 미 정부가 보조금으로 10%의 지분을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칩스법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와 해외 의존도 축소를 위해 마련한 산업지원 법안으로 총 39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반도체 제조 지원 보조금 항목에 배정됐다.

인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립부 탄 CEO와 지난 11일 회동한 이후 확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연관성을 문제로 탄 CEO의 사퇴를 요구해왔는데, 회동 후에는 “그의 성공과 부상은 놀라운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회동을 계기로 지분 인수 논의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전략 산업 보호를 위해 개별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는데, 인텔 지분 확보도 같은 기조로 읽힌다. 앞서 국방부는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업체 MP 머티리얼즈에 4억 달러 규모의 우선주 투자를 통해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행정부는 또 US스틸을 일본제철에 매각하는 거래를 승인하면서 황금주(golden share)를 취득해 영향력을 확보했다.

이제 관심은 미 정부가 인텔 최대주주가 된 이후 인텔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지에 쏠린다. 인텔은 반도체 산업의 개척자이지만 최근 몇 년간 시장 점유율과 기술 우위를 잃으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재정난으로 오하이오 공장 완공 시점은 2030년까지 미뤄졌다.

미 정부가 엔비디아, AMD, 퀄컴, 애플, 브로드컴 등 미국 팹리스 기업의 최첨단 공정 주문을 TSMC에서 인텔로 돌리도록 압박할 경우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기반이 강화될 수 있다.

미 투자분석업체 CFRA는 “정부 참여가 커질수록 미국 팹리스들이 인텔의 생산능력을 활용하도록 압박 받을 것”이라며 “정부 개입으로 인텔 외부 파운드리 사업의 백기사가 될 히어로 고객이나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는 듯한 투자 발표도 나왔다.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은 인텔에 20억 달러 투자를 단행해, 보통주를 주당 23달러에 매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약 2%의 지분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겸 CEO는 이번 투자 배경이 미국 내 반도체 제조 확대 기대감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전략적 투자는 인텔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 및 공급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리의 확신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미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인텔이 성공하려면 단순한 자금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며, 기술적 역량 회복과 고객사의 장기적 주문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향후 18개월 내에 14A(1.4나노미터(㎚)) 공정에서 히어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식 리서치 플랫폼 시포트 리서치 파트너스는 “인텔이 차세대 제조 기술을 가동하기 위해 약 20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오하이오 공장에 몇십억 달러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