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산 자동차, 관세 인하되나…EU, 美 공산품 관세 철폐 공식 제안

해외

이데일리,

2025년 8월 29일, 오전 08:1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7월 27일 스코틀랜드에서 미국과 EU간 관세협상을 마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유럽연합(EU)이 미국산 공업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입법 절차에 착수하면서,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에 부과해온 고율 관세가 인하될 가능성이 커졌다.

EU 집행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산 공업 제품에 대한 관세를 없애고, 일부 수산물과 비(非)민감 농산물에 대해 선호적 시장 접근을 제공하는 법안을 공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미국산 제품 관세철폐하고 유럽산 자동차 관세 25%→15%

이는 지난 7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합의한 미·EU 무역 협정의 후속 조치다. 이후 미국과 EU는 지난 21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EU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절차를 개시하는 달의 첫날부터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EU산 자동차에 대해 적용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15%(기존 관세 2.5% 포함)로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 소급 적용 시점은 8월 1일이다.

EU 통상 담당 마로슈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이번 조치가 최근 어려움을 겪어온 유럽 자동차 업계에 “희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집행위는 “이 조치로 인해 단 한 달만 해도 5억 유로(8090억원) 이상의 관세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폴리티코 유럽판은 미국이 약속대로 관세를 소급 적용해 인하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 집행위 고위 관계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 측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낮춰야 한다. 그것이 미국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EU는 이번 법안에서 미국이 합의 내용을 준수하지 않거나 지키지 않는 ‘명백한 징후’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EU 측 관세 철폐 절차를 취소하는 조항을 담았다.

대신 EU는 미국산 자동차에 부여하던 10% 관세를 포함, 미국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다. 또 미국산 낙농품, 돼지고기, 견과류, 수산물 등 일부 농축수산물에 대해 관세율 할당제를 도입했으며, 미국산 랍스터는 무관세 혜택을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미국산 쇠고기와 가금류는 이번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럽 농업계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농업 로비 단체인 코파-코제카(Copa-Cogeca)와 팜 유럽(Farm Europe)은 “농업 부문이 대가를 치렀다”며 와인·주류처럼 그간 무관세로 수출되던 품목까지 15% 관세 상한이 설정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막대한 관세 절감 효과’를 기대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EU의회, 다음주부터 본격 논의 시작

집행위의 제안은 앞으로 EU 27개 회원국 중 최소 15개국의 동의와 유럽의회 과반 찬성을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EU 이사회는 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의회에서는 농업 부문을 둘러싼 반대 여론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EU 무역위원회 위원장 베른트 랑게 의원은 “특히 농업 분야에서 구체적인 인하 폭을 두고 이견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합의가 “어떻게 시행되고 얼마나 지속할지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다음 주 프랑스 동부 알자스의 스트라스부르에 소집된다. EU 집행위 통상총국 수장인 사빈느 베이얀은 수요일 무역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다. 프랑스의 르누 그룹 소속 의원 마리-피에르 베드렌은 “의회는 매우 분열된 구성을 갖고 있으며, ‘이성’이 항상 첫 번째 특징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럽의회 최대 정당인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 대표는 이번 합의에 대해 “고통스럽지만 옳은 결정”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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