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CFO는 이날 독일 도이체방크 주최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인텔 지분 투자는 파운드리 사업 매각이나 분사를 막기 위해 설계된 구조”라고 밝혔다.
앞서 미 정부는 2022년 제정된 반도체법(CHIPS)에 근거해 인텔에 지원한 89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인텔 지분 10%로 전환했다. 아울러 향후 5년 동안 인텔의 파운드리 지분율이 51% 아래로 내려갈 경우, 주당 20달러에 최대 5%를 추가 취득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도 확보했다.
이러한 조치가 사실상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외부에 매각하거나 분리하지 못하도록 억제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는 게 진스너 CFO의 설명이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에서만 13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대만 TSMC와의 기술 경쟁에서 뒤처져 퀄컴·엔비디아·애플 등 주요 칩 설계사들의 주문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와 전직 인텔 이사들은 파운드리 사업 부문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퀄컴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파운드리 전략을 설계한 팻 겔싱어 전 최고경영자(CEO)를 축출했고,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진스너 CFO는 “정부는 우리가 해당 사업을 매각하거나 스핀오프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워런트 조건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약 장치일 뿐”이라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고 싶어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정부가 막아서기 위한 마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분을 50% 이하로 줄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워런트가) 만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진스너 CFO는 또 미 정부의 지분 투자가 오히려 잠재 고객들에게는 인텔을 좀 더 안정적이고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텔의 자금 사정 측면에서 보면 의미가 작지 않아서다.
그는 전날 정부 투자금 57억달러를 받았다며 “자본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없어졌다. 미 정부 자금을 자본으로 전환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현금 확보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32억달러 투자금은 인텔이 미 국방부 계획에 따라 합의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달려 있으며,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진스너 CFO는 또 “이번 분기 현금 조달 측면에서 굉장히 긍정적이었다”며 모빌아이 10억달러 규모 지분을 매각했으며, 전문 반도체 사업부인 알테라 지분 51%를 실버레이크에 매각하는 계약을 2주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진스너 CFO는 소프트뱅크가 지난주 20억달러를 투자한 것에 대해선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며 손정의 소프트뱅크의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긴밀한 관계 덕분이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이처럼 진스너 CFO는 이날 미 정부의 지분 투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FT는 “손실을 입거나 적자를 기록해도 파운드리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거래가 어떻게 회사의 손을 묶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정부 개입이 단기 생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 없인 시장 신뢰 회복이 쉽지 않다”며 향후 적자 구조 해소, TSMC와의 격차 축소, 글로벌 반도체 산업 내 경쟁 우위 회복이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