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토요타·파나소닉, 美기업과 손잡고 자율주행 시장 공략

해외

이데일리,

2025년 8월 29일, 오전 09:1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자율주행 기술은 독자 개발’이라는 자립 노선을 고수해온 일본 토요타자동차와 파나소닉홀딩스가 미국 기업들과 손잡고 자율주행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미중 갈등 심화로 중국 기업들이 부재한 상황을 이용해 미국 시장에 재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사진=AFP)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ITS 세계총회’에서 중국 기업들의 부재가 두드러졌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 업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일본 기업들이 채웠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본 기업들은 그동안 미국 자율주행 시장에서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개발이 중국 기업들에 뒤처져 있었다. 하지만 토요타와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전환하며 반격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토요타는 올해 출시 예정인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AV4’에 독자 개발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아린’(AREEN)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차량의 안전 및 주행 성능을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

주목할만한 점은 토요타가 기존의 단독 개발에서 벗어나 협업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요타는 지난 4월 알파벳 산하 자율주행 개발사 웨이모와의 제휴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자율주행 차량용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웨이모의 로보택시 서비스에 토요타 차량을 투입할 예정이다. 토요타는 또 엔비디아로부터 차세대 반도체를 공급받아 자율주행 시스템에 활용하고 있다.

토요타 자율주행 담당 임원인 고이부치 켄은 “자율주행은 기술 영역이 광범위해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는 어렵다”며 “외부 기업 기술을 접목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혔다.

토요타가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은 독자 개발하겠다며 자립 노선을 고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대한 사업 전략의 변화라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이러한 변화 배경에는 AI 발전과 방대한 주행 데이터의 중요성이 자리한다. 미 정부가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레벨4’(완전 무인 운전) 상용화가 앞당겨지고 있는데, 데이터 축적 여부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토요타는 판단했다.

(사진=AFP)


부품사인 파나소닉도 변화를 택했다. 파나소닉 오토모티브시스템즈는 2023년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제휴, 차량이나 기기 없이도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한 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기존의 ‘하드웨어 제작 → 소프트웨어 후속 개발’ 방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효율성을 높여 미 완성차 업체들에 새로운 제안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기존에는 자동차 대기업이 정한 사양에 따른 개발이 주를 이뤘는데, 독자 기술을 확보할 수는 있었으나 그 대신 각국의 규제 장벽을 극복해야 했다. 파나소닉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협업 방식의 새 전략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골드만삭스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북미 자율주행 시장은 2030년까지 약 73억달러(약 10조 1100억원) 규모로 성장, 올해와 비교해 20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 호출(라이드셰어) 시장에서는 자율주행차 점유율이 8%에 이를 전망이다.

미 정부의 데이터 통제 강화도 일본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 위치정보, 얼굴인식 데이터 등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자율주행 기술은 국가 간 데이터 교류 장벽이 높아질수록 자국 내 개발 비중이 커진다. 토요타의 고이부치 임원은 “앞으로 데이터는 해외로 반출되지 않고 축적되는 지역에서 개발하는 것이 원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닛케이는 “웨이모와 테슬라를 비롯해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데이터를 무기로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은 미국 내 파트너십을 발판으로 승부수를 걸고 있다”며 “협력과 개방 전략을 통한 ‘소프트웨어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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