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스틴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24년 11월 19일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의 ‘지속가능한 개발 및 에너지 전환’ 회의 후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AFP)
29일(현지시간)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크리스토퍼 쿠터를 인도 뉴델리 주재 캐나다 고등판무관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쿠터는 최근까지 이스라엘 주재 캐나다 대리대사로 근무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레소토, 모리셔스, 마다가스카르 주재 고등판무관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같은 날, 인도 정부도 스페인 주재 대사인 디네시 파트나익을 캐나다 주재 고등판무관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조만간 공식 부임할 예정이다.
캐나다와 인도는 2023년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캐나다 국적 시크교 지도자 암살 배후에 인도정부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됐다. 인도 정부는 이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후 두 나라는 이 문제를 두고 갈등을 지속해왔고, 2024년 10월 캐나다는 고등판무관을 비롯해 이 암살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외교관 6명의 면책 특권을 박탈해 달라는 요청을 인도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이들을 추방했다. 캐나다 정부의 결정에 인도 역시 캐나다의 고위급 6명을 추방했다.
이에 따라 양국의 해당 직책은 10개월 만에 채워졌다. 양국의 외교 수장 임명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합의한 내용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외교적 복원은 양국 모두가 미국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외교적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은 최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다는 이유로 인도산 제품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도 8월 1일부터 35%의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인도와 캐나다가 실용주의 외교를 통해 관계 복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니 총리 취임 이후 캐나다 정부는 경제 성장과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인도 역할, 캐나다 내 인도계 인구 증가 등을 이유로 인도와의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
아난드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고등판무관 임명은 인도와의 외교적 관여를 단계적으로 심화하려는 캐나다의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양국 협력을 통해 캐나다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내에서는 이러한 관계 복원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 시크교 연합(Sikh Federation of Canada)은 29일 성명을 통해 “2년간의 공개적인 적대와 폭력 이후에도 인도가 어떤 책임도 인정하지 않은 채 관계를 복원한 것은 면책 특권을 부여한 것이며, 이는 외교가 아니라 방조”라고 비판했다
캐나다 보안정보국(CSIS)은 지난 6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인도는 여전히 외국의 영향력 행사에 있어 주의가 필요한 국가”라고 지적하며, 캐나다 내 정치·종교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개입 시도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