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통했나…中 '맞춤 인쇄' 공장들, 미국 이전 러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8월 29일, 오전 11:3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의 ‘맞춤형 인쇄’(프린트 온디맨드) 기업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만들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글로벌 패션·전자상거래 공급망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위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중국의 맞춤형 인쇄 공장 200곳 이상이 미국으로 대거 이전해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AFP)


2023년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전한 인쇄업체 대표 켄트 리우는 2018년 첫 관세 전쟁이 발발했을 때를 회상하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더 늦기 전에 현지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중국에서 티셔츠, 모자, 기타 의류를 인쇄한 뒤 미국으로 배송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 왔으나, 1차 무역전쟁 당시 관세 인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리우 대표는 고심 끝에 미국 이전을 결심하고 캘리포니아와 뉴저지에 신규 공장을 열었다.

도박은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후 더욱 강력한 대중 관세 정책을 펼치면서, 미국 내 주문이 폭주했다. 현지 생산으로 관세 부담이나 통관 지연이 없어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800달러 이하 소액 물품에 제공됐던 면세 혜택 ‘디 미니미스’(de minimis) 제도까지 폐지돼 중국 직배송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 시장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 리우 대표는 올해 애틀랜타에도 추가 시설을 오픈할 계획이다.

리우 대표처럼 중국 푸젠성·저장성 등지의 공장주들도 미국 비자 신청을 서두르며 속속 미국 현지 진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이 저가 중국산 의류·모자 등을 현지에서 인쇄·가공해 빠르게 고객에 납품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생산된 원자재를 미국에 들여와 현지화하는 모델로 관세뿐 아니라 배송·현금 흐름 등 다양한 장점을 제공한다고 SCMP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대금 결제가 15일 내 이뤄지기 때문에 소규모 공장도 빠르게 운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인쇄 공정만 미국에서 처리하는 형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정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 내 현지 경쟁도 치열해졌다. 의류 인쇄 1벌당 평균 이익이 과거 2~3달러에서 현재 50센트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소비자 맞춤형 패션·소품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덕분에 업체들은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전 세계 맞춤 패션 시장은 지난해 98억달러에서 2033년 350억달러 규모로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 진출한 중국계 공장들은 최근 지역 기반 소규모 미국 벤더뿐 아니라 쉬인·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과의 접점도 다시 넓혀가고 있다. 쉬인·테무가 미국 시장 재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에 현지 생산 기준과 지식재산권·준법 시스템, 통합 공급망 관리가 앞으로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리우 대표는 “이제 현지에서 지식재산권, 컴플라이언스, 공급망 통합에 집중하고 있다”며 “애틀랜타 신규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연 매출 1억 5100만달러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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