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구조대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사진=키이우 인디펜던트)
28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새벽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겨냥해 598대의 드론과 31기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 중 드론 563대, 미사일 26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또 이번 대규모 공습으로 4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23명이 사망했으며, 부상자도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최소 63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린이 사망자 중 3명은 각각 2세, 14세, 17세였다고 비난했다.
격추를 피한 미사일 일부는 곳곳에 피해를 입혔다. 키이우 남동쪽 다르니츠키 구역에선 미사일이 5층 아파트를 직격해 건물이 붕괴했으며, 최소 1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도심인 셰우첸키우스키 지구에서도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1명이 사망했다. 드론 공격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타격해 10만가구 이상이 단전 피해를 입었다.
우크라이나 공군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는 샤헤드 공격 드론과 미끼용 드론을 사용했으며, 미사일에는 Kh-47 킨잘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M 또는 북한제 KN-23 탄도미사일, Kh-101 순항미사일 등이 포함됐다.
이번 공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이뤄진 대규모 공격이어서 주목된다.
BBC는 최근 두 달 새 가장 큰 규모의 교전이라며, 최근엔 러시아 무인 고속보트가 우크라이나 함정을 공격해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전방위적 무력 도발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수도인 키이우 중심부가 직접 겨냥된 것은 전쟁 개시 이후 전체를 살펴봐도 드문 일이라고 짚었다.
이번 러시아의 공격은 EU 대표부와 영국문화원 사무실, 인근 외교시설에도 손상을 입혔다. 이에 유럽 지도자들의 규탄과 비판, 비난이 잇따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우리 외교대표부 50m 인접 지역에 두 차례 이어졌다. 이번 폭격은 남녀노소, 어린이, EU까지 가리지 않는 러시아의 테러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EU 대변인은 “외교 기관은 결코 공격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 (브뤼셀의) 러시아 대사 대리를 즉각 소환했다”고 발표했다. EU 외교정책 수장인 카야 칼라스는 “평화 노력을 조롱하는 고의적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AFP)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역시 “EU 대표부가 직접 공격받은 건 러시아의 무모함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평화 희망을 사보타주하고 있다”고 했다.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협상 대신 무력을 선택했다”며 새로운 강력 제재를 촉구했다.
EU 집행위는 19번째 대러 제재 패키지 준비에 착수했다. 아울러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라트비아·핀란드 등 ‘러시아·벨라루스 인접 7개국’을 직접 방문해 대러 공동 대응을 모색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최근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유럽과 종전 및 이후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한 안전보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러시아 측은 전후 안보 논의에 러시아도 반드시 참여해야 하며, 유럽군의 우크라이나 주둔은 절대 불가라는 기존의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은 “미·유럽 주도의 외교적 해법 시도로는 러시아의 태도 변화가 쉽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