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사진=AFP)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시간)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뉴질랜드 연정 내각은 다음달 2일 회의에서 ‘고액 투자자용 골든비자’(Active Investor Plus) 소지자를 대상으로 500만뉴질랜드달러 이상 호화 주택 매입을 한정적·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허용 합의가 이뤄지면 올해 연말 해외투자법을 개정하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뉴질랜드는 올해 4월 골든비자 제도를 전면 개편해 고액 자산가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초 기준 골든비자 프로그램은 267건(862명)의 신청이 접수됐다. 이들이 제시한 투자 약정액은 16억 3000만뉴질랜드달러(약 1조 3343억원)에 달하며, 신청자 가운데 40%는 미국 출신이다.
그간 뉴질랜드의 주택시장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엄격했다. 2018년부터 뉴질랜드 시민, 세금상 거주자, 호주·싱가포르 출신자 외에는 주택 구매가 전면 금지됐다. 이는 주거난 해소 및 2010년대 ‘여권 판매 스캔들’ 등 부동산을 활용한 국적 상업화 논란에 대응한 조치였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2023년 총선을 앞두고 외국인이 200만뉴질랜드달러(약 16억 4000만원) 이상 고가 주택을 15% 세금을 내고 살 수 있더럭 허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총선 이후엔 연정 구성을 위해 해당 공약을 철회했지만, 해외 자본 유치를 명분으로 뉴질랜드 퍼스트당 등 연립여당과 관련 논의 및 협상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이 심화하며 각국 부유층의 자산 해외 이동이 가속화하면서 뉴질랜드의 호화 주택 및 투자 비자 수요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뉴질랜드 퍼스트당의 윈스턴 피터스 대표는 “외국인이 고급주택을 사면서 국내 투자도 함께 해야 한다는 조항을 붙일 수 있다”며 일정 부분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의 재정·경제 책임자인 니콜라 윌리스 장관은 열흘 전 “몇 주 안에 내각이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은 여전하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외국 자본 유입 효과만큼이나 집값이 상승하고, 내국인 역차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