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다음 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다뤘다.
전문가들은 3명의 지도자가 오는 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보기 드문 단결의 과시이자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대한 계산된 반발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FILE PHOTO: FILE PHOTO: Soldiers of the People‘s Liberation Army (PLA) of China attend a training ahead of a military parade to mark the 80th anniversary of the end of World War Two, in Beijing, China, August 20, 2025. REUTERS/Maxim Shemetov/File Photo/File Photo
동북아 문제 전문가인 랴오닝대학의 루차오 국제관계학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방문과 중국 지도자의 예정된 만남은 북한과 중국 관계를 재확인하고 강화하겠다는 상호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의 직접 만남은 2019년 6월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이 마지막이었다. 김 위원장은 2011년 말 집권 이후 지금까지 네번 중국을 방문했다. 모두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 사이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한국 정부와의 관계를 재조정하기 전 중국의 지원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SCMP는 전했다.
러시아 극동연방대학 아르티옴 루킨 교수는 “김정은이 베이징 퍼레이드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중국과 북한 관계가 약간의 마찰 끝에 완전히 정상화 됐음을 시사한다”며 “이것은 예상된 일”이라고 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3년여가 지난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와의 동맹을 강화했고,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상호방위 조항이 포함된 전면적 군사협정을 체결했다.
루킨 교수는 SCMP에 “북한이 러시아와 정치적·군시적 동맹을 맺고 있지만, 중국은 북한에겐 없어선 안될 경제적 생명선과 같다”며 “이는 북한이 다시 중국의 영향권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이벤트를 북중러 또는 북중러와 이란 주축의 블록 구축을 위한 단계로 해석해선 안된다”며 “그렇게 보는 시각은 실제라기 보다 상상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어정쩡한 위치였던 中, 북러와 손잡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등 압박이 거센 가운데,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과의 관계 회복은 절실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중국 인민대 스인훙 교수는 “북러 군사동맹 및 북한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 등이 중국을 자극했을 것”이라면서 “이번 김 위원장 방문은 중국이 이를 못 본 척하거나, 적어도 일시적으로 용서하기로 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는 또 “역사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 항상 양보하고 이해해왔다”면서 “이번에도 북러가 중국을 매우 불쾌하게 행동해도 중국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봤다. 이어 “중국과 북러의 전략적 협력관계는 선호가 아니라 필요에 따른 것”이라면서 “중국이 수년간 미국을 전략적 위협으로 평가하다 보니 북러와의 협력관계가 지정학적 구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축이 됐다”고 했다.
◇“새 냉전 시대 공식화 위한 프레임”
추재우 경희대학교 중국 외교정책 교수는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을 더 넓은 외교적 의미로 봤다. 그는 “북중러 지도자간 사상 첫 3자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는 2023년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만큼이나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이 즉각적인 정책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수 있지만, 미국의 전략적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추 교수는 “미국이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희망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김정은과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북중러)은 한 팀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봤다.
이성현 조지 H.W. 부시 미중 관계재단 선인염구원도 “북중러 지도자 3명이 천안문에 함께 서 있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엄청 크다”며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냉전의 공식적 시작이라는 프레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냉전시대의 상징적 인물인 마오쩌둥, 스탈린, 김일성이 함께 사진을 찍은 적이 없다는 전례로 봤을 때, 이번 만남은 역사적 사건으로 만들기 위한 의도적인 것”이라고 봤다.
이 연구원은 또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과 보다 공개적으로 협력하겠다는 것을 공표한 것”이라며 “특히 3국 모두가 참여하는 합동 군사훈련 가능성은 주목해야 할 핵심 전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