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체인·손엔 수갑까지…조지아 배터리 공장 단속 영상 공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9월 06일, 오후 09:19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김정남·이윤화 기자]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 4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고용 단속을 벌이는 모습이 6일 ICE 홈페이지에서 공개됐다. 단속 현장 사진 4장과 2분 34초 분량의 영상이 함께 실렸다.

◇온 몸에 체인, 손엔 수갑...전시포로처럼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4일 새벽, 조용하던 조지아주 일대 건설 현장에 돌연 군용 차량과 다수의 법 집행 차량이 줄지어 들어갔다. 굉음과 함께 헬리콥터가 상공을 선회하자, 현장은 단숨에 단속 작전의 무대로 변했다.

영상 속 단속 요원들은 신속하게 배치돼 건물을 둘러쌌다. 마약단속국(DEA) 요원 10여 명은 양손 결박용으로 보이는 흰색 끈 뭉치를 들고 건물 외곽에 서 있었다. 검은 제복과 단단한 표정이 이 작전의 긴박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잠시 뒤, 현장 근로자들이 단속 요원의 지시에 따라 건물 밖으로 나왔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됐지만, 일부의 조끼에는 ‘DSK 메카닉’, ‘HL-GA 배터리회사’, ‘LG CNS’라는 글자가 보였다.

근로자들은 버스 앞에 일렬로 서서 양손을 버스에 짚은 채 몸 수색을 받았다. 요원들은 이들의 발목과 몸에 차례로 체인을 묶었고, 손에는 수갑을 채워 곧바로 버스로 이동시켰다. 긴 줄을 따라 이동하는 모습은 마치 전시 포로 수송을 연상케 했다.

긴장된 상황 속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도 포착됐다. 중남미 등 제3국 출신으로 보이는 두어 명의 근로자가 부지 내 연못에 몸을 숨겼다가, 단속 요원의 지시에 따라 물속에서 나오자마자 결박당했다.

◇ICE “단기·관광 비자 취업은 불법”

ICE는 전날 연방, 주, 지방 사법당국과 합동으로 조지아주 한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불법 고용 단속 작전을 벌여 475명을 체포했다고 공식 밝혔다. 이번 작전에는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국세청(IRS), 국경순찰대, 노동부 감사관실, 조지아 주 경찰 등이 참여했다.

체포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방문 비자를 부정 사용해 불법 취업했다고 ICE는 밝혔다. ICE는 단기·관광 비자 소지자의 취업은 불법이라며 법 집행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마약 소지와 도난 총기 판매 시도 등 전과가 있는 멕시코 출신 영주권자는 추방 대상자로 적발됐다.

국토안보수사국(HSI) 소속 스티븐 슈랭크 조지아·앨라배마 담당 특별수사관은 “미국 투자를 원하는 기업은 환영하지만 반드시 합법적인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노동시장을 악용하는 자들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단속은 조지아 주민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법을 준수하는 기업에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민 신분이 아닌 법적 책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LG엔솔·협력사 직원 300명 구금

체포된 사람 가운데 약 300명이 한국 국적자로 추정되며, 하청업체 직원들도 다수 포함됐다. LG에너지솔루션 소속 직원은 4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직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HL-GA 배터리회사 관련 설비 협력사 소속 인원은 250여명으로 파악됐다.

일부는 단기 상용(B1) 비자 또는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입국했으나 취업이 금지된 상태에서 일을 하던 중 단속에 걸렸고, 비자 체류 기간을 초과하거나 불법 입국한 인원도 적발됐다. 구금된 상당수는 폭스턴 이민자 수용시설로 이송됐으며, 큰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자사와 협력사 구금자의 빠른 구금 해제를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구금자들의 비상연락망을 통해 가족들에게 정기 복용 약품 등을 파악하고 있다”며 “필요 의약품이 구금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한국 정부 및 관련 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구금자들과 면회를 추진하고 있다”며 “통신 및 연락이 가능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현 외교부장관 “필요시 미국 가서 직접 논의”

정부는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미대사관과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사안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 본부-공관 합동대책회의에서 전했다.

조현 장관은 “외교부 본부에서 신속하게 고위급 관계자가 현장에 파견되는 방안, 또 필요하면 제가 워싱턴에 직접 가서 미국 행정부와 협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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