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6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 신임 위원인 스티븐 마이런만이 0.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미셸 보먼, 크리스토퍼 월러는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4.00~4.25%로 내려갔다. 한국 기준금리(2.5%)와 차이는 175bp로 좁혀졌다. 연준은 다섯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이후 올 들어 처음으로 금리를 내렸다.
성명에서 연준은 경제활동이 “둔화됐다”고 다시 언급했으며, “고용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표현을 추가했다. 더는 고용시장이 견조하다(solid)는 표현은 사라졌다. 이번 조치는 최근 수개월간 고용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연준의 우려가 인플레이션보다 고용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연준은 동시에 “인플레이션은 상승했으며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연준의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충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성명은 또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고용 측면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연준은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말 기준금리 수준을 지난 6월보다 낮춘 3.6%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 남은 10월과 12월 회의에서 추가로 두차례 금리인하가 가능하다고 연준은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망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정책 변화로 경제 해석이 더 어려워진 환경 속에서 고용시장 균열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위원 간 의견 차이는 컸다. 19명의 참석자 중 7명은 올해 추가 인하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고, 2명은 단 한 차례 인하만 반영했다. 9명은 추가 두차례 금리인하를 지지했다. 기준금리가 올해말 까지 금리를 총 1.25%p 추가 인하해 2.8~3.0% 포인트까지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한 ‘강성 비둘기’ 위원도 한명있었다. 이는 마이런 이사로 추정된다. 위원간 이견이 크다는 점은 향후 금리인하 궤도가 불확실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더 비관적인 전망도 담겼다. 점도표는 2026년에 한 차례, 2027년에 또 한 차례 인하를 전망했으며, 장기 중립금리는 3% 수준으로 제시됐다.
경제전망은 6월보다 성장률이 1.4%에서 1.6%로 소폭 상향 조정됐으나,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은 변함이 없었다.

파월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노동 수요가 약화됐고, 최근의 일자리 창출 속도는 실업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균형 수준 아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더 이상 노동시장이 ‘매우 견조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제 “회의별 상황(meeting-by-meeting situation)”에 있다고 밝혔다. 10월과 12월 회의 전 나오는 물가와 고용 데이터를 보면서 금리인하 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으로, 올해 확실한 연속적인 금리인하 전망을 기다린 시장엔 실망스러운 멘트였다.
특히 파월 의장은 이번 금리인하가 “리스크 관리 차원의 인하(a risk-management cut)”라고 언급했다. 지금 당장 경제가 크게 나쁘지 않더라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위험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조치라는 의미다. 이 역시 연속적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발언이다.
매파적인 파월 발언이 달러 가치는 하락폭을 모두 되돌렸고, 국채금리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뉴욕증시 3대지수는 한때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재는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TD 증권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인 젠나디 골드버그는 “파월 의장이 지나치게 비둘기파적으로 들리는 것을 꺼리는 것이 국채금리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특히 파월 의장이 이번 인하를 보험성 인하로 언급하면서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