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오라클은 지난 9일 2026회계연도 1분기(6~8월) 실적 발표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부문의 1분기 수주 잔고가 455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9% 급증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협의 중인 수십억달러 규모의 미체결 계약까지 고려하면 곧 5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픈AI가 약 5년간 오라클로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 중 하나로 평가된다. 오라클이 밝힌 신규 매출의 상당 부분은 이번 오픈AI 계약에서 비롯될 것으로 알려졌다.
무디스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해당 계약과 관련해 구체적인 고객사를 명시하지 않고, 이번 대형 계약들이 오라클 AI 인프라 사업의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오라클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조정하며 지적했던 몇 가지 위험 요소를 다시 상기시켰다. 무디스가 지적한 주요 위험 중 하나는 ‘거래 상대방 위험’이 꼽혔다. 이는 소수의 AI 기업에 대한 대규모 매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 무디스는 이를 프로젝트 파이낸싱 측면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 애널리스트들은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확장이 사실상 세계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중 하나”라며 “부채가 상각전영업이익(EBITDA)보다 더 빠르게 증가, EBITDA가 부채를 능가하기 전까지 레버리지가 4배 수준으로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무디스는 “잉여현금 흐름은 장기간 적자를 기록하다가 이후에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라클은 현재 무디스에서 Baa2 등급을 받고 있으며, 이는 투자등급 신용등급 중 하위권에 해당한다.
앞서 WSJ도 이번 계약을 두고 오픈AI와 오라클 모두에게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라고 짚었다. 오픈AI는 2025년 기준 연 매출이 100억달러 수준에 불과한 만큼 매년 600억 달러를 지출해야 하는 계약 부담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픈AI는 2029년까지 흑자 전환이 어렵고, 그때까지 누적 44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밝힌 바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오라클의 폭발적 성장 전망이 사실상 오픈AI라는 단일 고객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라는 점을 우려했다.
길 루리아 분석가는 고객 메모에서 “오라클의 백로그(미인식 매출 계약)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대부분이 오픈AI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며 주식 투자의 중립 의견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