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지배력에 대한 반독점(공정경쟁) 조사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공식 개시됐던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는 안드로이드 OS의 지배력과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오포·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펜타닐 유입을 이유로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보복 조치 성격이 짙었다.
이런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조사를 중단한 것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 국면에서 엔비디아에 규제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전술적 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다음 미중 협상은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식통들은 “중국은 덜 중요한 상대(구글)는 풀어주고 미국에 더 강력한 보복 효과를 줄 수 있는 핵심 타깃(엔비디아)에 대한 화력을 키우려는 것”이라며 “동시에 무역협상에서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미국에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중국은 엔비디아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은 스위스 제네바, 영국 런던, 스웨덴 스톡홀름에 이어 지난 14일부터 사흘 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제4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했다. 핵심 쟁점은 미국의 대중 관세,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양국의 각종 규제 등으로, 이번 협상에선 틱톡 매각, 엔비디아 반독점 정책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인 지난 15일, 돌연 엔비디아가 2019년 이스라엘의 반도체 설계회사 멜라녹스(Mellanox) 테크놀로지를 인수할 때 자국의 반독점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2020년 멜라녹스가 엔비디아에 인수된 이후에도 기존 중국 내 유통망·서비스·지원 체계를 유지하는 등 공정거래 조건을 지킨다는 전제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해 12월 개시한 예비조사에서 엔비디아가 이들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추가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예비조사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에 따른 대응 조치였다. 엔비디아가 중국의 독점 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지면 전년도 매출의 1~10%의 벌금을 물 수 있다고 FT는 부연했다.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도 이번주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등 대형 기술기업들에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맞춤 제작한 ‘RTX 6000D’의 테스트 및 주문 중단을 지시했다.
외신들은 “구글 조사 종결이 미국이 보기엔 무역협상 전반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엔비디아에 대한 집중 압박을 협상 지렛대로 삼겠다는 중국의 뚜렷한 방향성이 읽힌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 측의 조사 종료 사실은 아직 구글 본사에 공식 통보되지 않았다. 구글의 검색 엔진은 모회사인 알파벳의 대부분 사업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차단돼 있지만, 구글은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테무나 쉬인 등과 같은 중국 기업들에 클라우드 서비스와 광고를 판매해 수익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