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150억달러 소송 당한 NYT “굴복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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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9월 19일, 오전 12:33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타임스(NYT)를 상대로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메러디스 코핏 레비엔 NYT 최고경영자(CEO)가 “굴하지 않겠다”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메러디스 코핏 레비엔 뉴욕타임스 최고경영자(CEO)(사진=AFP)
레비엔 CEO는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반(反)언론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소송이 법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터키·헝가리 등 권위주의 국가의 전술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곳에서 반언론 매뉴얼은 언론인 괴롭히기, 독립 언론 신뢰 훼손 등으로 나타난다”며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는 모습도 그곳과 닮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NYT는 이런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플로리다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뉴욕타임스를 “대통령을 상대로 거짓을 퍼뜨리는 대표적이고 뻔뻔한 매체”라고 규정하며, 이 신문이 민주당의 “확성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 150억 달러의 손해배상과 함께 법원이 벌금적 성격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8일 성매매 혐의로 체포돼 수감 중 사망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관계를 다룬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2003년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나체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분석, 카드에 적힌 서명이 트럼프 대통령이 1987년부터 2001년까지 뉴욕시 공무원들에게 쓴 개인 메모에 적힌 서명과 매우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대형 명예훼손 소송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ABC뉴스와 CBS뉴스는 각각 1500만 달러와 1600만 달러에 합의하며 소송을 마무리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관련 보도를 문제 삼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상대로 100억 달러 규모 소송을 제기했다. WSJ의 모기업 다우존스는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타대 로스쿨의 로넬 앤더슨 존스 교수는 “이 소송의 법적 근거 자체는 본질이 아니다”며 “주요 목적은 언론을 상대로 한 선언적 의미를 가진 소송을 제기하고, 막대한 소송 비용으로 압박하며,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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