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 선물(12월 인도분) 가격은 장중 한때 전일대비 3% 하락해 배럴당 61.5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초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 마감시에도 2.3% 하락세를 유지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1.3% 내린 배럴당 58.7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 역시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IEA의 공급 과잉 경고가 가격을 끌어내렸다. IEA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달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이 급증해 막대한 재고가 쌓이고 있다”며 이달부터 내년 6월까지 하루 평균 320만배럴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종전 전망치인 하루 평균 200만배럴 초과에서 대폭 확대한 것이다.
IEA는 “특히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원유 재고가 추가로 증가할 경우, 글로벌 유가 형성에 미치는 충격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IEA는 최대 원유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유가 하락은 중동 산유국 연합인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가 이달 초 증산 계획을 완화한 이후에 발생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OPEC+는 다음달에도 하루 평균 13만 7000배럴 증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뒤, 시장에선 과잉 생산 우려가 다소 사그라든 상태였다.
OPEC+ 결정 이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2% 가까이 급등하며 배럴당 66달러에 육박했으나, 이날 IEA 보고서 발표로 매도세가 다시 촉발했다.
최근 가자지구에서의 휴전 합의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며 유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세 전쟁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킨 것도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세계 경제 둔화로 원유 수요도 약화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IEA는 올해 1~8월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원유 비축량을 확대, 전 세계 재고량이 4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OPEC가 월간 보고서에서 “선물 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에도 단기 실물 수급은 전반적으로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며 수요 대비 공급이 안정적·균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과 대비된다.
단기적으로 원유 재고 증가와 경기둔화 우려가 겹쳐 유가 변동성이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시장 대다수는 여전히 신중한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트라피구라의 원유 거래 대표인 벤 럭코크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에너지 정보 포럼에서 “단기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연말연초 사이 50달러대에 진입할 수 있지만, 그 구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도 “시장이 이미 대규모 공급 과잉을 예상했다면 가격이 훨씬 이전에 하락했을 것”이라며 “이는 시장이 IEA보다 향후 수요 회복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IEA의 공급 과잉 추정치는 다소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