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캄보디아 범죄조직 제재…150억달러 규모 코인 압수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0월 15일, 오전 09:31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한국 정부가 캄보디아에서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벌어진 강력 범죄에 대한 대응에 나선 가운데 14일(현지시간) 미국도 캄보디아 소재 범죄조직 제재에 나섰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속 인물은 최근 캄보디아 검찰이 기소한 한국인 대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중국인 3명. (사진=크메르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브루클린 연방검찰은 캄보디아 프놈펜에 본사를 둔 프린스 그룹의 회장 천즈(38)를 전신사기 공모 및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천즈는 캄보디아 내 강제노동을 이용해 미국과 전 세계 수천 명의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뒤 계좌를 불려놓고 한 번에 빼돌리는 ‘돼지 도살’(돼지를 살찌운 뒤 도살한다는 의미) 사기 수법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조셉 노첼라 연방검사는 성명을 통해 “프린스 그룹의 투자 사기는 전 세계 피해자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손실과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초래했다”며 “이번 역사적 기소와 몰수 조치는 사기범들에게 미국이 어디에 있든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중국 출신으로 캄보디아로 이주한 천즈는 현재 도피 중이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4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검찰은 프린스 그룹이 최소 30개국에서 수십 개의 사업체를 운영하며 부동산·금융서비스 등 합법적 사업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천즈와 경영진이 회사를 아시아 최대 규모의 초국가적 범죄 조직 중 하나로 변모시켰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 추산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인들이 캄보디아에서 시작된 사기로 잃은 돈은 최소 100억달러(약 14조2000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66% 증가한 수치다.

미국 법무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약 150억달러(약 21조417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압수,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당 비트코인은 피고가 개인 지갑에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존 A. 아이젠버그 법무부 국가안보국 차관보는 “피해자들은 감금된 상태에서 산업 규모로 온라인 사기를 강요받았다”며 “피고인은 인신매매와 사이버 사기를 결합한 거대 범죄 제국의 설계자”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높은 담장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시설에 수용됐고, 사기에 협조하지 않으면 폭행과 위협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재무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프린스 그룹을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지정하고 관련 업체 100여곳과 여러 개인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이로인해 미국 기업 및 개인은 이 회사와 거래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 대상이 된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국제 사기의 급속한 확산으로 미국 시민들은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고, 평생의 저축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가 동남아시아 범죄단지를 겨냥한 조치 중 최대 규모라면서 영국 당국과 협력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당국은 런던 전역에서 총 1억3000만파운드(약 2473억원) 규모인 19채의 부동산을 동결했다. 여기에는 런던 북서부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천즈의 1200만파운드(약 228억원)짜리 저택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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