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ASML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3분기 주문량이 54억유로(약 8조 93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인 49억유로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ASML은 최첨단 AI 칩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독점 생산한다. EUV 장비는 파장 13.5나노미터의 극자외선을 이용해 반도체 회로를 미세하게 새길 수 있다. 3나노미터와 5나노미터 공정에는 필수적이다. 장비 한 대 가격은 3억달러(약 4265억원) 이상으로 제작 및 납품에는 8~12개월이 소요된다.
미국 빅테크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 장비 수요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오픈AI는 이미 데이터센터와 칩 확보를 위해 1조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메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AI 시스템 운용을 위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에 수천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AI 투자 붐이 반도체 설비 투자 확대로 이어지며 ASML의 수주 호조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AI 관련 투자에서 지속적인 긍정적 모멘텀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흐름이 더 많은 고객사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SML의 주요 고객인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와 삼성전자도 최근 AI 칩 수요가 견조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ASML은 올해 3분기 매출 75억유로, 순이익 21억유로를 기록했다. 4분기 매출 전망은 92억~98억유로를 제시했다. 회사는 올해 연간 매출이 전년대비 약 15% 증가하고, 내년에도 매출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 같은 실적 호조 기대감에 ASML 주가는 시가총액 기준 유럽 최대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 회사의 주가는 연초 대비 25% 급등했다.
반도체 제조를 위한 핵심 설비를 독점 공급하는 만큼 ASML의 실적과 전망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 현황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받는다.
ASML은 지난해 283억유로였던 연간 매출을 2030년까지 최대 600억유로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공격적인 확장을 추진 중이다.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 펠트호번 인근에서는 인력을 두 배로 늘리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ASML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로 중국 시장 판매에 제약을 받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주 ASML을 포함한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더욱 강력한 통제를 촉구했다.
중국이 지난주 신규 도입한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도 공급 차질 우려를 낳고 있다. ASML의 반도체 장비에는 고정밀 레이저, 자석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 원소가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