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 앤 윌슨 미 연방준비제도(Fed) 국제금융국장이 던진 비유다. 80년 가까이 기축통화 자리를 지켜온 달러가 최근 ‘신뢰의 균열’을 맞고 있지만, 그는 “달러는 여전히 세계 금융의 언어”라며 견고한 달러의 위상을 강조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연례회의에서 ‘달러의 미래’에 관해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살만 아메드 피델리티 글로벌 거시·전략자산배분 본부장, 파블로 골드버그 블랙록 매니징 디렉터, 베스 앤 윌슨 미 연방준비제도(Fed) 국제금융국장 (사진=김상윤 특파원)
윌슨 국장은 최근 4월 시장 변동을 언급하며, 일시적 달러 약세가 “미국 성장 기대 조정과 헤지 포지션 해제의 결과일 뿐 구조적 약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의 달러 보유 행태나 자산 흐름을 보면, 아직 달러를 포기하려는 움직임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파블로 골드버그 블랙록 매니징 디렉터는 시장 사이클 측면에서도 달러 강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달러의 상승 추세는 2010년대 초부터 지속하고 있다”며, “미국 자산의 유동성과 수익성이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준의 독립성 훼손이나 경기 과열을 유도하는 정책은 달러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달러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균열의 조짐은 분명하다”며, 달러의 지위는 여전히 견고하되 ‘대안 탐색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BIS(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거래의 90%, 중앙은행 준비자산의 60%가 여전히 달러로 이뤄지고 있다..
살만 아메드 피델리티 글로벌 거시·전략자산배분 본부장은 “달러의 역할은 단일하지 않다”며 준비통화·결제수단·안전자산·가치저장수단이라는 네 축으로 분석했다. 그는 “유로화·위안화·비트코인 등 다양한 자산이 달러의 특정 기능을 조금씩 대체할 가능성은 있지만 어느 것도 네 축을 모두 충족하지는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그는 “최근 주목할 변화는 스테이블코인”이라며 “달러의 소프트웨어(신뢰와 가치)는 유지하면서, 미국 금융시스템이라는 하드웨어를 우회하는 새로운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달러는 여전히 통화 단위로 사용되지만, 그 거래와 결제 인프라가 점차 미국 밖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살만 본부장은 이어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달러를 기반으로 하지만, 달러의 통제력이 미국 금융권 밖으로 일부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균열의 시작일 수도 있다”며 “이는 달러 체제 내부의 진화이자 향후 글로벌 금융질서를 재편할 중요한 변수”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