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美금융시스템 핵심으로… ‘달러 신뢰의 레일’ 놓는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0월 15일, 오후 07:20

[워싱턴=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세계 주요 금융기관과 정책 당국이 한자리에 모인 국제금융협회(IIF) 연례회의에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가상자산 시장의 부침을 넘어, 이제는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지탱할 인프라로 논의가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가상자산의 실험’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재설계하는 실체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법제화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글로벌 금융질서 속 ‘달러 신뢰의 레일’을 새로 깔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남는 법이 신뢰를 지켜”… 연내 법제화 의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IIF 회의에서 확인된 것은 ‘혁신의 속도’가 아니라 ‘신뢰의 방향’이었다. 회의에 규제당국 인사들은 ‘규제 명확성’이 곧 시장 신뢰의 출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주도하고 있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브라이언 스타일 의원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더 이상 실험실이 아니라 금융의 현장”이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남는 법이 시장의 신뢰를 지킨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셧다운(연방정부 일시정지) 상황이 해결된다면 상원이 하원안을 토대로 논의를 이어가 올해 안에 ‘클래리티(Clarity) 법안’이 처리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타일 의원은 “하원에서 민주·공화 양당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며 초당적 합의가 이뤄졌다”며 “상원도 하원안을 기반으로 논의를 시작하면 신속히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법은 단기 정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규칙을 세우는 일”이라며 “법이 제정되면 자본과 인재가 미국 시장으로 돌아오고, 가상자산 산업이 금융시스템 안에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브라이언 스타일 의원 (사진=김상윤 특파원)
그가 주도하는 클래리티 법안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권한을 명확히 구분하고, 가상자산의 발행·거래·보관에 대한 법적 틀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지난 7월 시행된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지니어스(Genius)법’ 을 잇는 후속 단계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에 완전히 편입시키는 마지막 퍼즐로 평가된다.

헤스터 퍼스 SEC 위원도 “지난 4년간의 불확실한 규제가 혁신을 미국 밖으로 내몰았다”며 “이제는 규칙을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퍼스 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접근해야 한다”며 “명확한 제도는 자본 유입과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SEC와 CFTC가 관할 문제로 충돌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입법은 양 기관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고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규제가 명확해질수록 미국 금융시장의 신뢰도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헤스터 퍼스 SEC 위원 (사진=김상윤 특파원)
◇“이제는 신뢰의 레일을 깔 때”…시장, 기술로 답하다

정책 당국이 ‘신뢰의 규칙’을 다진다면, 시장은 ‘신뢰의 레일’을 깔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 의 단테 디스파르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미국 달러를 인터넷 위에 올리는 일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이라며 “지니어스법 시행 이후 금융기관의 참여가 급격히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발행과 상환은 단순하지만, 진짜 혁신은 그것을 지탱하는 결제 인프라(rails)에 있다”며 “새로운 레일은 은행망이 닿지 못했던 지역과 비은행권을 금융시스템에 연결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테 디스파르테 서클 최고전략책임자(CSO)(사진=김상윤 특파원)
글로벌 결제망 스위프트(SWIFT) 의 토마스 자크 최고혁신책임자(CIO)도 “새로운 기술이 월요일 아침에 모든 것을 바꾸진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기존 금융망과 가상자산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다리, 즉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라고 말했다.

상호운용성이란 은행망과 블록체인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더라도, 거래 정보를 같은 기준으로 교환해 한 번의 결제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기술적 연결성을 뜻한다. 예를 들어 한쪽에서는 달러가 전통 은행망을 통해 결제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토큰화된 자산이 블록체인에서 이동할 때 두 거래가 동시에 처리돼야 금융 안정성이 유지된다는 얘기다.

자크 CIO는 “스위프트는 전 세계 은행을 연결해온 네트워크로서, 이제 가상자산을 결제 시스템에 통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최근 기존 은행 결제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토큰 형태의 자산을 실제 결제에 사용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인 은행들은 24시간 7일 결제를 원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은 그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변화는 파괴가 아니라 선택권의 확장이며, 기존 금융이 가상자산과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토마스 자크 스위프트 최고혁신책임자(CIO)(사진=김상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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