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시장 악화에 힘받는 금리인하…“신중하게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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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0월 15일, 오후 07:16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워싱턴=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 발언을 내놓으면서 10월 기준금리 인하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파월 의장이 고착화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고용시장 악화를 강조하고 나서면서다. 그는 또 수개월 내 연준의 보유 자산을 줄이는 양적 긴축(QT)을 종료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파월 의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학회(NABE) 연례회의 연설에서 “은행 시스템 내 준비금이 충분한 수준에 도달하면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앞으로 몇 달 안에 그 시점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결정을 알리기 위해 광범위한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자산을 점진적으로 줄여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중앙은행의 자산을 줄이는 동시에 은행이 연준에 보유한 준비금(예금) 도 함께 감소시키는 구조다. 즉, 국채가 만기되면 재무부가 원금을 상환하고, 그 자금이 연준 내 시중은행 계좌에서 빠져나가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연준은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인 지난 2022년 6월 양적 긴축을 재개해 팬데믹 대응 등으로 다시 급증한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보유 자산 규모는 2022년 약 9조달러에서 현재 6조6000억 달러 수준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은행의 준비금이 줄어들면서 미국 단기자금시장(머니마켓) 에서는 점차 자금조달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최근 유동성 여건이 점차 긴축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준비금을 더 줄이는 것은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팬데믹 이전 4조 달러 수준으로 되돌아갈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연준은 앞서 양적 긴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던 2018~2019년 대차대조표 축소 여파로 증시가 흔들리고, 다수의 투자자산이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유동성 위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양적 긴축 정책 변화에 신중한 접근법을 취해왔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추가 금리 인하 지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금리를 너무 빠르게 내리면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이 미완으로 남게 되고, 반대로 금리 인하를 너무 늦추면 고용시장에서 고통스러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인플레이션은 완만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위험이 전혀 없는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시장 악화가 뚜렷해졌다고 지적하며 두 가지 상반된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준의 연간 목표치 2%를 웃돌고,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8월 2.9%를 기록했다. 반면 8월 비농업 일자리는 2만2000개 증가에 그쳤고, 실업률은 0.1%포인트 상승해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연준이 오는 28~29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의 기대를 뒷받침하면서도, 향후 경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끈적거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고용 시장의 악화를 강조해 10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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