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20일 니혼게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후 1시 26분 기준 전거래일대비 0.63% 상승(엔화가치는 하락)한 150.64~150.65엔에 거래되고 있다.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가 21일 임시국회에서 차기 총리로 지명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며 엔화 매도·달러화 매입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자민당은 이날 오후 6시 일본유신회와 연립정부 수립 합의안에 공식 서명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양당은 일본유신회가 제안한 12개 정책 항목에 합의했다면서, 재정지출 확대와 규제 완화, 연금·소득 개혁 추진 등 경제 재건을 공통 목표로 내세웠다.
시장은 이러한 정책 협의가 다카이치 총재가 추구하는 재정확대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는 국채 발행 증가 및 금리상승 억제를 의미한다.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 전망을 약화시켜 ‘다카이치 트레이드’라 불리는 엔화 매도·달러화 매수 흐름을 다시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다카이치 총재는 공격적인 금융·재정정책을 예고해 왔다.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감세와 현금 지급 등 대규모 ‘돈풀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때문에 선거 전 147엔대에 머물던 달러·엔 환율이 다카이치 총재 취임 후 지난 9일까지 153엔대로 치솟기도 했다.
지난 10일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하고 야권 단일화 및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 이후 달러·엔 환율이 150엔대로 하락하긴 했지만, 자민당-입헌유신회 연립 정권이 가시화하며 엔화가치는 다시 약세 압박을 받고 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왼쪽)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와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사진=AFP)
대외적으로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이 최대 변수다. 연준은 오는 28~29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달러화 역시 약세 요인이지만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 중소·지방은행 신용 우려가 미 국채 금리 하락을 촉발하며 일시적으로 달러화 매도세를 부추기기도 했으나, 사태가 진정되며 ‘과도한’ 금리인하 전망은 후퇴한 상황이다.
오는 24일 발표되는 미국의 9월 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을 경우에도 금리인하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이 역시 미일 금리 격차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엔화 약세 요인이다. LESG는 9월 CPI 전망치를 전년 동월대비 3.1%로 제시, 8월(2.9%)보다 상승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FOMC 결과와 CPI가 모두 공개되는 이달 말까지는 달러·엔 환율이 150~155엔대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닛케이 등은 내다봤다. 다만 이후에는 다카이치 정권 초기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와 맞물려 엔화가치 하락 흐름이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은행들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미국에서 위험회피 심리가 진정되면 다시금 달러화 강세, 엔화 약세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준의 정책 속도, CPI 결과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엔화가치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강세 전환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