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
중국 외교부는 지난 2일 홈페이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지도자가 APEC 회의에서 대만 당국과 회담을 고집하고 온라인 소셜 플랫폼에서 세간의 이목을 끄는 과대광고는 하나의 중국 원칙, 중국과 일본 간의 4대 정치 문건 정신, 국제 관계의 기본 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하며 일본 측에 엄숙한 진술과 강력한 항의를 했다”고 밝혔다.
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린신이 대만 총통부 자문 등 대만 인사들과 만난 게시물을 올렸다. 대만이 중국의 영토라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이 이러한 다카이치 총리의 행보를 비판한 것이다.
또 중국이 지적한 4대 정치 문건은 1972년 수교 당시 발표한 중·일 공동성명,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1998년 중·일 평화와 발전의 우호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노력을 위한 공동선언, 2008년 중·일 전략적 호혜관계 전면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 등 양국의 외교 원칙을 정의한 문서를 말한다.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이자 중국 핵심 이익의 핵심으로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와 일본 측의 기본 신뢰와 관련이 있으며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고 중국측은 강조했다.
올해가 항일 전쟁과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이자 대만 해방 80주년이 되는 해라고 언급한 중국 외교부는 “일본이 오랫동안 대만을 식민지화했으며 대만 문제에 대해 회피할 수 없는 심각한 역사적 죄책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일본이 지금까지 내린 4대 정치 문건과 공약의 정신을 준수하고 실수를 반성하고 바로잡고 부정적인 영향을 제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고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고 새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중·일 관계 구축에 관한 성명을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강경 보수파로 분류되며 친대만 성향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해 중국측도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통상 전하는 시 주석의 축전을 보내지 않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다카이치 사나에(오른쪽)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린신이 대만 총통부 자문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다카이치 총리 엑스 계정)
시 주석과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만나 회담했으나 다른 정상간 회담과 달리 약 30분만에 마무리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당시 다카이치 총리에게 일본이 주변국 침략에 대해 반성한 일명 ‘무라야마 담화’를 언급하면서 “일본의 침략 역사를 깊이 반성하고 피해국들에 사과한 정신을 발양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새로운 내각이 중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세우고 양국 원로 정치인과 각계 인사들이 중·일 발전을 위해 기울인 정성과 노력을 소중히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민감한 현안을 던지며 시 주석과 신경전을 벌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후 일본 취재진과 만나 “시 주석에게 홍콩 등 중국의 인권 문제와 (영유권 분쟁 지역인) 동중국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말했다.
중·일 정상회담 후에도 양국이 불편한 모습을 숨기지 않은 것은 물론 대만 문제로 또 다시 충돌함에 따라 소원한 관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