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 속 현금만 546조 쌓아뒀다…버크셔 향후 투자처는?

해외

이데일리,

2025년 11월 02일, 오후 07:05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기록적인 주식 상승세에도 주식을 매도하고 현금 비중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보유액은 3817억달러(약 546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AFP)
버크셔 해서웨이는 1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3분기에만 61억달러(약 8조7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 등 미 주식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버크셔는 12분기 연속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짐 샤나한 에드워드 존스 애널리스트는 “버핏 회장의 눈에는 현재 별다른 기회가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버크셔는 5개 분기째 자사주도 매입하지 않았다. 막대한 현금 활용 계획을 두고 일각에서는 버크셔가 1967년 이후 처음으로 배당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공격적인 투자 대신 버크셔는 막대한 현금을 연 4~5%대 이자수익을 주는 미국 단기국채에 집중 투자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다. CNBC 등에 따르면 버크셔가 보유한 미 단기국채에서 발생하는 연간 이자 수익만 200억달러(약 26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버크셔의 3분기 영업이익은 보험 손실 감소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134억9000만달러(약 19조3000억원)를 기록, 시장 예상을 상회했다. 순이익은 17% 늘어난 308억달러(약 44조655억원)를 기록했다. 대형 산불과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 발생이 이례적으로 적어 재보험과 손해보험 사업 부문이 대규모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매출은 2% 증가에 그쳐 미국 경제성장률보다 낮았다.

버크셔 주가는 지난 5월 버핏 회장의 은퇴 발표 후 12% 하락하며 ‘포스트 버핏’ 시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같은 기간 S&P 500지수는 20% 상승했다. 95세의 버핏이 은퇴하면 내년부터 비보험 부문 부회장인 그렉 아벨이 최고경영자(CEO)직을 승계할 예정이다. ‘투자의 바이블’로 여겨지던 버핏 회장의 주주서한 역시 새 CEO가 작성한다.

CNBC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버핏 회장의 명성 때문에 버크셔가 유례 없는 승계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버크셔는 다른 상장 기업처럼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거나 애널리스트와 미팅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버핏이 있으니 버크셔를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왔는데, 신임 CEO가 이 같은 신뢰를 받을 수 있겠냐는 우려다. 이른바 ‘버핏 프리미엄’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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